지난해 6월 SK텔레콤이 포털업체인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한 뒤 자회사인 PC통신 업체 넷츠고(네이트 닷컴)와 합병, SK커뮤니케이션즈를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하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아냥거림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추락한 스타들의 결합=넷츠고와 라이코스코리아는 한때 ‘무서운 아이들’이었다. 98년 SK텔레콤의 한 부서로 출발한 넷츠고는 “이제 인터넷이다”를 기치로 내세우며 출범 한 달만에 10만명의 회원을 모으는데 성공, PC통신 역사에 신화를 남겼다. 전성기 때 가입자는 230만명.
라이코스코리아도 99년 이미 뒤늦게 포털업계에 진입하면서 “즐겁지 않으면 인터넷이 아니다”를 모토로 내건 지 1년도 안 돼 다음 야후와 함께 ‘빅 3’ 포털업체로 우뚝 섰다.
그러나 넷츠고는 초고속인터넷의 도래를 예견하지 못해, 라이코스코리아는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해 2001년부터 추락했다. 넷츠고는 가입자가 80만명 선으로, 라이코스코리아도 순위가 15위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양사의 결합은 ‘패배자들의 만남’이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사이트 통합 데드라인은 2002년 12월27일 0시. 이때부터 ‘www.lycos.co.kr’에 접속하면 ‘www.nate.com’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이에 앞서 양측은 ‘상대방 닮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이용자들이 통합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낯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었다.
가장 우려했던 것은 라이코스코리아 회원들의 이탈가능성.
전체직원 340여명 중에서 100여명이 철야를 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통합작업은 일단 기술적으로는 문제없이 완료됐다. 다음 단계는 포털사이트에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방문자수. 전날까지만 해도 40만명에 불과했던 순방문자수가 27일에는 85만명까지 증가했다. 성공의 증거였다.
일주일 뒤 ‘대형사고’가 터졌다. 인터넷 사이트 순위 집계에서 25위 안팎이었던 네이트 닷컴 순위가 조사기관에 따라 각각 8위와 11위로 올라선 것. 올 1월말에는 4위까지 올라갔다.
▽성공의 이유=SK커뮤니케이션즈는 모회사인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내놓은 유 무선 연계상품을 꼽고 있다. ‘네이트 온’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서비스는 휴대전화를 통한 메신저, 인터넷에서 휴대전화로 보낼 수 있는 메시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네이트 온’은 상용화 한 달만에 월간 100만명에 이르는 순방문자를 끌어 모았다. 벨소리다운로드 등 유료콘텐츠도 올해 예상 매출액이 220억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직원들의 열정도 큰 몫을 한다. 전자상거래팀은 SBS TV의 인기드라마인 ‘올인’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오르길(뮤직박스)을 팔기 위해 직접 부품을 조달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터넷에서 판매, 15일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SK커뮤니케이션즈 매출액 목표는 550억원. 여전히 적자가 예상된다. 이미 순익을 내고 있는 선발업체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일각에서는 “유 무선 통합서비스는 위협적이지만, 아직까지 네이트닷컴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찾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에 SK커뮤니케이션즈 직원들은 ‘제2의 추락’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며 “올해 안에는 트래픽 기준으로 반드시 2위로 올라서겠다”며 자신하고 있다.
▼서진우대표 인터뷰 ▼
SK커뮤니케이션즈 서진우 대표(42)는 SK텔레콤에서 마케팅전략본부 상무로 마케팅을 총괄할 당시 10대를 겨냥한 ‘TTL’ 브랜드를 기획해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부터 넷츠고 대표를 맡아 지난해 라이코스코리아와의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통합법인인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네이트 닷컴 서비스의 기본 정신은 유 무선 통합서비스인 ‘네이트 온’처럼 고객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 포털(포털, 그 이후)’은 네이트닷컴의 최종 지향점이자, 다른 포털업체와 차이점이기도 하다는 것.
“무엇보다 네이트닷컴을 모회사인 SK텔레콤의 무선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홈페이지가 아닌 ‘포털’로 인식시키는 것이 시급합니다. 최근 선보인 네이트닷컴 광고도 이 같은 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서 대표는 “현재는 사실상 별개로 운영되고 있는 유 무선망이 개방되고 통합되면 네이트닷컴의 경쟁력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무선 통합 시대가 본격화하면 네이트 닷컴이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후속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
그에게 “네이트닷컴의 올해 목표인 ‘포털업계 2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에 대해 “현재 국내 포털업계 ‘빅 3’인 다음 야후 NHN은 브랜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 면에서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인정한 뒤 “그러나 최근 ‘네이트 온’ 같은 킬러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반응을 볼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