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유럽 환경규제' 비상…노키아 '환경정보' 요구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06분


유럽 시장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진국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한국 부품업체에 대해 환경 경영 수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자부품 업계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는 올 들어 국내 주요 부품업체에 대해 제품에 대한 ‘물질환경정보(LCI·Life Cycle Inventory)’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직은 권장사항이지만 최근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비춰 조만간 의무사항이 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노키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환경경영 수준이 꽤 높은 편이지만 우리가 공급받은 부품에 대한 환경평가 작업까지 해야 한다는 게 어려움”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LCI를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소니사는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그린 구매시스템(일명 그린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부품 공급업체에 대해 카드뮴이나 납 등 유해물질을 소니가 정한 자체 농도 기준 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니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는 줄잡아 50여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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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문제 소홀하면 모든것 잃을수도

소니측은 특히 ‘부품과 관련된 환경 문제로 소니의 수출에 피해를 주었을 경우 공급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력한 의무사항을 계약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가 칼을 뽑아든 것은 2001년 11월 네덜란드를 통해 유럽에 수출하려던 플레이스테이션Ⅱ(PS Ⅱ) 150여만대가 환경 문제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전량 반품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 당시 유럽 당국은 PS Ⅱ에 사용된 케이블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나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LCI란 ▼

제품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과 생산공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평가한 자료. 예를 들어 노키아에 회로기판을 납품하는 업체라면 회로기판뿐 아니라 회로기판 생산을 위해 자신이 공급받은 모든 부품과 공정의 환경영향 관련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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