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공사 1원에 수주…자신감? 무리수?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12분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13억원짜리 시범 사업을 한 벤처 기업이 단돈 1원에 수주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자화폐 업체인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이에 대한 업계의 논쟁도 뜨겁다. “벤처 기업다운 파격적인 경영 전략”이라는 찬사가 있는 반면 “저가(低價) 출혈 경쟁으로 업계 질서를 흩뜨리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파격 입찰과 파장〓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따낸 사업은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도로 통행료 전자지불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범 사업. 톨게이트에서 직불카드 등으로 통행료를 내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곧 판교, 청계, 성남 등 3곳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될 예정.

입찰은 최저가 입찰, 즉 가장 싸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업체에 사업을 맡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경쟁에서 씨엔씨엔터프라이즈는 입찰 가격으로 단돈 1원을 써내 경쟁자를 제치고 20일 사업을 따냈다.

시범 사업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2005년경 시작될 본 사업 수주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 회사의 계산.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적용될 전자지불시스템 본 사업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씨엔씨엔터프라이즈 권순백 경영지원본부장은 “한 번 하고 그칠 사업이라면 누가 13억원짜리를 1원 받고 해주겠느냐”며 “시범 사업을 통해 이름도 알리고 노하우도 축적해 본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불 붙은 논쟁〓‘1원 수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걸린다.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발주한 공공 시스템통합(SI)사업은 시범 사업자와 본 사업자가 다른 경우가 많아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본 사업 경쟁에서 유리할 게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본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13억원에 이르는 시범 사업 비용이 결국 회사에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

반면 현대증권 이시훈 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시범 사업자가 본 사업을 따내는 데 유리하기 마련”이라며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지속적으로 도로공사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는 지적. 그동안 SI 등 일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비일비재하던 저가 출혈경쟁이 본격적으로 전자화폐 업계로 옮겨 붙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

굿모닝신한증권 오재원 애널리스트는 “기술, 가격, 운용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가격만 싸게 써내는 업체가 선택받는 관행이 문제”라며 “이번 같은 저가 출혈 경쟁이 이어진다면 전자화폐 업계 모두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도로공사 스마트카드 방식 전자지불시스템 의미 및 계획▼

▶전자지불시스템은 기존의 하이패스 방 식(톨게이트에서 정차하지 않고 통과 하는 방식)과 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 는 방식.

▶올 하반기부터 판교 청계 성남 등 3개 톨게이트에서 시범운영→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씨엔씨엔터프라이즈가 결정됨. 카드 제조부문 사업자는 3월 중 선정.

▶2003∼2005년 수도권 개방식 모든 톨 게이트에서 시범 운영→사업자 미정

▶2006년 전국 톨게이트로 확대→사업 자 미정 자료:한국도로공사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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