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2단지와 3단지 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사비 인하와 투명한 조합 운영이 안될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비대위는 최악의 경우 이주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조합과 시공사, 주민간의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추가부담금 못 내겠다”=막바지에 이른 잠실 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위기에 처한 건 추가부담금 때문. 추가부담금은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기존 주민(조합원)이 내야 하는 공사비다.
주민들의 주장은 조합과 시공사가 제시한 추가부담금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턱없이 높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주공 3단지 비대위 관계자는 “15평형 거주자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 33평형을 받으려면 1억3000만∼1억400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체 계산한 부담금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합과 시공사가 부담금을 내리지 않을 경우 주민 이주를 거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공 2단지도 마찬가지.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무이자 이주비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1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강요한다며 정면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잠실 주공아파트는 서울 저밀도지구에서도 사업이 가장 순조롭게 진행됐던 곳. 일부 단지는 철거를 앞두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추가부담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일면서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고 있다. 특히 22일 주공 4단지 주민들이 기존 조합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한 데다 주공 1단지 주민 일부도 조합을 상대로 한 ‘재건축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다른 단지들도 재건축 사업을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도시계획 차질=잠실 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차질을 빚을 경우 송파구 일대 도시계획과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당초 잠실 주공아파트를 단지별로 시기를 분산해 재건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주민들이 한꺼번에 이주하면 전세난이 생길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단지, 3단지, 2단지 순으로 사업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각 단지의 재건축 시기가 당초 계획과 어긋나게 되면 주민 이주가 특정 시기에 몰리거나 일부만 새 아파트로 재건축되고 나머지는 방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재건축 승인권자인 송파구청은 전례가 없어 당장 뾰족한 해결방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견해다. 잠실 주공아파트 대부분이 사업승인까지 끝난 상태에서 기존 조합이 해체되고 시공사와 새 도급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행정력을 동원할 명분이 없다는 것.
송파구 관계자는 “법적 분쟁으로 가게 되면 최종 판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나=추가부담금을 둘러싼 갈등은 재건축 아파트 주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일반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추가부담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일반분양용 아파트의 값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분양 수입은 조합원들에게 귀속된다.
2130가구를 2678가구로 새로 짓는 잠실 4단지의 일반분양분은 540가구, 평당 분양가는 평균 1136만원이다. 만약 비대위측 주장대로 조합원 1인당 부담금(평균 6500만원)을 전부 없애려면 일반분양분 가구당 1억2800만원씩 분양가를 올려야 한다.다른 단지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고려하고 있어 가뜩이나 높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가 또 한차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서울 잠실 저밀도지구 개요 자료:미라주닷컴(www.mirzu.com) | ||||||
아파트 | 기존 | 재건축 계획 | 시공사 | 재건축 단계 | ||
평형 | 가구 수 | 평형 | 가구 수 | |||
주공1단지 | 8 10 13 15 | 500 600 4,020 270 | 25 34 45 | 1,150 4,042 486 |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 사업승인 신청 |
주공2단지 | 13 15 19 | 3,590 130 730 | 12 24 33 38 48 | 864 249 3,590 130 730 |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우방 | 사업계획 승인 |
주공3단지 | 15 17 | 3,000 280 | 25 33 43 54 | 740 2,402 330 224 |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LG건설 | 사업계획 승인 |
주공4단지 | 17 | 2,130 | 26 34 43 50 | 536 1,012 678 452 | 삼성물산 LG건설 | 사업계획 승인 |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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