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주총 의결권' 비상…올부터 의무화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14분


상장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2∼3월에 집중적으로 몰리자 기관투자가들이 바빠졌다.

기관들은 올해부터 일정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 일부 기업에만 형식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던 과거와는 달리 해당기업의 주총을 준비해야 하는 데다 주총이 특정일에 몰려있어 더욱 분주하다.

▽다음달 14일 주총만 126개=24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주총을 여는 12월결산 상장법인 548개사 가운데 주총일정을 확정한 기업은 277개사.

이 가운데 45.5%인 126개사가 다음달 14일 한꺼번에 주총을 연다. 28일 주총을 열겠다고 공시한 회사가 43개(15.5%), 다음달 21일로 주총일을 잡은 회사도 43개사(15.5%)나 된다. 전체의 84.1%인 233개사가 금요일에 주총을 개최한다.

주총을 2월로 앞당긴 회사가 작년보다 많아진 것도 특징. 작년에는 2월에 주총을 연 회사가 36개사였으나 올해는 57개로 늘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특정일에 주총이 몰리는 이유는 소액주주의 관심을 분산하고 실적악화나 경영실패 등에 대한 문책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최대 이슈는 기관들의 의결권 행사=개정된 증권투자신탁업법 시행령은 올해 주총부터 펀드별로 10억원 이상 또는 운용금액의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신사,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담당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구하는 한편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투자신탁운용 이영섭 운용지원팀장은 “작년에는 의결권 행사 요청이 들어온 10여개 기업 주총에만 참가했지만 올해는 주총을 준비해야 할 기업이 70개가 넘는다”며 “준비인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관의 의결권 행사는 일부 기업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안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포스코 유상부 회장의 거취, 하이닉스반도체의 감자(減資) 여부, 기아자동차 정의선 부사장 선임 등 민감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포스코의 경우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이 이미 유 회장의 유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상장사 주총일정
주총일회사수(개)비율(%)
03.3.1412645.49
03.2.284315.52
03.3.214315.52
03.3.07186.50
03.3.1572.53
03.3.1351.81
03.2.2741.44
03.3.1241.44
03.2.2631.08
03.3.2231.08
03.3.2831.08
03.2.1820.72
03.2.2520.72
03.3.1120.72
03.3.1920.72
03.3.2520.72

연도별 주총일 변화 (단위:사,%)
구분2001(A)2002(B)2003(C)
2월233657
3월495484491
518520548
자료:증권거래소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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