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경유승용차가 허용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환경오염, 특히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였다.
자동차가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경유차는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찍혀 왔다.
그러나 대기오염의 모든 죄를 경유차에 뒤집어씌울 수는 없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내뿜는 오염물질이 다를 뿐, 대기를 오염시키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경유차의 뒤꽁무니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대부분 분진(粉塵)이라고 불리는 탄소 알갱이들이다. 직접 흡입할 경우 사람의 폐 점막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보기에 지저분해 보일 뿐 환경 자체를 악화시키는 물질은 아니다. 사실 경유차의 매연에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이다. 질소산화물은 물에 섞여 산성비로 내리기도 하고, 다시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언뜻 덜 지저분해 보이는 휘발유차의 배출가스도 알고 보면 경유차 못지 않게 환경에 큰 위험요소이다. 휘발유차의 배출가스에는 경유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다. 이산화탄소는 1992년 세계 50개국이 체결한 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물질로 규정됐다. 또 휘발유차가 경유차에 비해 훨씬 많이 배출하는 탄화수소는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경유승용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광화학 스모그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데 쓰이는 연료의 양이 휘발유차보다 적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연료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으면 내놓는 공해물질의 절대적인 양도 줄어든다는 단순한 진리가 환경을 중요시하는 유럽인들의 경유차 사랑 이유다.
결국 경유차만을 미워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또 지구온난화와 광화학 스모그를 막을 것이냐, 산성비를 막을 것이냐 하는 것은 자동차회사와 정부, 환경단체만 해야 하는 고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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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chryu@auto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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