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협 '아줌마 투자교실']"돈 어떻게 굴릴까요"

  • 입력 2003년 2월 24일 19시 23분


‘합리적인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21일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문화센터에서 열린 투자신탁협회의 투자자교육에 참가한 주부들이 강의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석동률기자
‘합리적인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21일 서울 현대백화점 목동점 문화센터에서 열린 투자신탁협회의 투자자교육에 참가한 주부들이 강의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석동률기자
“선생님, 금융회사들은 큰손 고객만 좋아한다는데 우리 같은 주부들은 얼마 정도를 들고 가야 상담원도 재미보고 우리도 대접을 받나요?”

“남편이 조만간 외국으로 장기 출장을 가는데 자산을 어떻게 나눠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특히 북한 위험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십니까?”

투자자교육이 ‘아줌마’들을 찾아 나섰다. 21일 투자신탁협회가 현대백화점 서울 목동점 문화센터에서 개최한 무료 투자자교육에는 주부 고객 12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백화점들은 과거에도 종종 재테크 강연을 열었다. 그러나 ‘저금리시대 장기 생활자금 마련’을 주제로 한 본격적인 투자자교육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연장에서는 2003년 2월 저금리 시대를 사는 주부 투자자들의 고민이 넘쳐났다.

“갑자기 급하지 않은 돈이 생겼는데 어디에 굴려야 좋을지 몰라서 나왔어요. 금리가 너무 낮아 은행 예금은 아닌 것 같고 투자는 위험스러워 보이고….”(김모씨·31·여)

“주식과 채권에 반반씩 넣어 1억원을 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리는 내리고 증시는 침체해 계속 손해를 봐 성적이 너무 나쁜 상태입니다.”(박모씨·47·여)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주부 정모씨(44·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도와주겠다는 부동산 관계자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당했다”며 “이젠 좀 알고 투자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강사로 나선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 자산운용 사장은 주식이 오른다거나 어느 종목을 사라는 식의 ‘고기를 잡아주는’ 과거의 재테크 강연과는 달리 왜 투자해야 하는가 등 투자의 기본을 위주로 ‘고기 잡는 법’을 강의했다.

“시중 금리가 10%만 돼도 여러분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제 오지 않습니다. 저축의 시대는 가고 자기 책임이 따르는 투자의 시대가 왔습니다.”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는 만큼 위험에 대한 자신의 성향과 투자목적 기간 등을 잘 따져본 뒤 자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 해외자산 등에 분산해 장기투자하라는 것이 골자.

“의사에게 무작정 찾아가 1억원어치 수술해 달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무엇보다 자신과 투자를 알고 금융기관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과거처럼 “이런 저런 주식을 사라”고 찍어주기를 기대했던 일부 주부들은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김일선 투신협회 이사는 “이제는 기업과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고 투자를 안 하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알리는 것이 투자자교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오정근 현대백화점 문화사업부장은 “사회적 흐름에 따라 강좌들의 인기가 달라지는데 지난해 이후 경제 관련 강의에 주부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교육은 다음달 1일까지 매일 전국의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계속된다. 문의 투신협회 홈페이지(www.kitca.or.kr) 또는 현대백화점 문화사업부 02-3449-5502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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