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아니다"

  • 입력 2003년 2월 26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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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증시가 맥을 못추는 것은 외국인들의 소극적인 자세 때문.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의 증시 자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외국인이 동참하는 기미는 아직 없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 3명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셀 코리아’는 아니다〓최근의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 함춘승 SSB 전무는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추가로 사고 있지 않을 뿐이지 적극적으로 파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펀드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한도를 채워 주식을 더 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증시에서의 외국인 이탈현상은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이승훈 UBS워버그 상무도 “종목별로 매수와 매도가 엇갈리기 때문에 ‘셀 코리아’로 보기는 어렵다”며 “단기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문제〓함 전무는 “세계경제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라며 “2000년 이후 경제를 지탱해온 내수가 위축됐고 가계대출 문제의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점이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기름 값은 자꾸만 오르는데 반도체 값은 떨어지고, 재벌그룹들의 기업지배구조와 투명성에 문제가 드러나는 것도 우려의 대상이라는 것.

함 전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의 기업 투명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믿었는데 과거와 크게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들을 한다”고 전했다.

이승훈 상무는 “가계대출 부실 문제가 꼭지를 친 것인지, 아직 진행 중인지 불확실하고 중국시장으로의 수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신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 개혁은 대체로 긍정적〓이원기 메릴린치 상무는 25일 발표한 ‘한국전략(South Korea Strategy)’ 보고서에서 “집단소송제도와 상속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제도,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도 등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와 공공부문 개혁에 노조를 참여시키기로 한 것은 민영화 및 합병과 공공부문 개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어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훈 상무도 “새 정부의 재벌개혁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명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긍정적 조치이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핵 문제보다 통일비용 걱정〓함 전무는 “북한 핵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불편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와 협상으로 일이 잘 해결될 경우에도 대규모 원조를 해주거나 단기간에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훈 상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외국인투자자는 없으나 중장기적으로 많은 통일비용을 한국 경제가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는 있다”고 전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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