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후끈…"증시 900대 맞먹어"

  • 입력 2003년 2월 26일 19시 13분



주식시장의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채권시장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나라 안팎의 위험이 커지고 경기회복이 불투명해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 채권 값은 오르고 수익률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

반면 채권형 펀드매니저들은 금리가 더 내릴지 오를지를 놓고 고민이 크다. 일부 투신사들은 금리 변동 위험을 고려해 돈을 들고 온 투자자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치솟는 채권 값과 영향=26일 만기 3년짜리 국고채 수익률(금리)은 4.64%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말은 채권의 값이 올랐다는 뜻이다. 만기 3년짜리 국고채 수익률은 2001년 10월 미국 9·11테러 사건이 터진 직후 4.3%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었다.

최재호 현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라크 전쟁 위험이 커진 데다 주가가 내렸고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해석되면서 채권 매수세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26일에는 국민연금이 채권을 대량 매수한다는 소식에 금리가 더 떨어졌다.

안동규 한국투신운용 채권전략실장은 “최근의 채권시장을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지수 900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형 펀드들의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5일 현재 수탁액 100억원 이상인 공모펀드 270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5.43%로 지난해 말의 5.40%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이병렬 대한투신운용 채권1팀장은 “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채권을 많이 채워 두었거나 이왕이면 만기가 긴 채권을 사 둔 펀드들의 수익률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채권의 공급 부족 현상도 여전하다. 25일 통안채 182일물 1조원어치 입찰에는 1조2600억원이 응찰해 연 4.55%의 금리로 전액 낙찰됐다.

▽낙관론과 신중론 대립=채권 값이 오를수록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채권 값이 계속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

이 팀장은 “투자자들이 채권 매매차익을 노리고 투자문의를 많이 하고 있으나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더 내린다는 입장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세계 및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금리 추가 인하 전망의 근거.

이런 근거는 이미 금리에 반영됐고 이라크 전쟁 등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의 펀더멘털보다 금리가 너무 떨어졌다는 측은 불확실성 제거와 동시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본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돈이 몰려 금리가 내리는 현상이 다소 지나쳐 지금 채권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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