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진 장관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은 과정에 법적 하자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이를 둘러싼 소모적인 정쟁을 가라앉히기 위해 유연한 법 해석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의 심기는 불편하다. 한 나라의 ‘판서 아들’이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 한다.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은 더욱 그렇다.
아들 병역 문제로 발목이 잡힌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부지기수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도, 장상(張裳) 전 총리서리도 이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
본인들은 억울해 할지 모르지만 그게 국민 정서다. 고위 공직자라서 그렇다.
최근 국회 공직자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국회의원 269명 가운데 15%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의원은 서울 강남의 사치성 주상복합아파트나 특혜 시비가 빚어진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행정부의 재산 공개 대상자가 본인이나 배우자 이름으로 구입한 아파트 140건 중 23%도 서울과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등의 주상복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고위층이 앞장서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지적한다. 주상복합과 오피스텔은 분양권 전매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정서에서는 도덕적 흠결에 해당한다. 그들이 다름 아닌 공인이기 때문이다.
병역 기피에 대한 반감이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질책에서 비롯한다면 부동산 투기에 대한 거부감은 부(富)의 배분에서 소외된 절망의 다른 표현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집 한 채 사는 게 뭐가 대수냐. 당연한 경제활동으로 봐 달라.” 이 의원은 장상 전 총리서리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에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그렇다면 모 건설회사 임원의 말도 들어 보자. “여의도에 주상복합을 분양했는데 국회의원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사저로 쓰게 특정 층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국회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으로….”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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