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가지수 선물가격이 70을 넘으면 매수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합시다. 목표가격은 72∼73이고 손절매 가격은 69.5입니다. 드디어 시장이 열리고 선물은 69.65로 시작한 뒤 오르락내리락하더니 70을 넘었습니다.
정신 없이 매수주문을 내 70에 체결됐습니다. 이제 오르기만 기다리면 되는 거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70.5를 넘던 선물이 갑자기 터진 악재성 뉴스로 곤두박질쳐 순식간에 1포인트가 빠졌습니다.
‘어, 내가 시장을 잘못 봤나’ 생각하고 있는데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는 소식과 함께 선물은 어느새 종전 가격을 회복하고 다시 올라갑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략을 짭니다. 전고점보다 0.3포인트 위인 70.8보다 높아지면 사기로 하고 목표가격은 처음 목표(72∼73)의 중간인 72.5로 잡습니다. 손절매 가격은 종전 진입가격인 70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장을 봅니다. 오전 10시에서 11시반까지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집니다. 70.8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70.5로 밀리고 70.5만 되면 다시 올라가고. 이때 잠도 쫓을 겸 그동안 참았던 화장실에 잠깐 갔다옵니다. 손 씻을 새도 없이 다시 와서 시장을 보니 웬걸. 이미 목표가격을 훨씬 뛰어넘은 71.20까지 올라가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럴 땐 정말 아찔합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아니 조금 더 기다리면 다시 내려올까 등등…. 시장을 보니 선물에 이어 대형주들까지 거침없이 올라갑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71.50에 ‘사자’ 주문을 냅니다. 손절매 가격은 나중에 고민하기로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컴퓨터가 말썽입니다. 주문이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결국 시장은 73.05로 마감합니다. 무엇이 잘못이었을까요. 실전 상황은 이처럼 복기를 해도 잘못을 찾기 힘들 정도로 미묘합니다.
며칠 전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땅에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선다”고요. 불교경전에 나오는 말이랍니다. 제게는 “넘어진 자, 다시 일어서라”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시장은 늘 넘어진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러나 계속 넘어져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미 넘어졌으니 남은 일은 일어나는 일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시장은 또 열리니까요.
신아투자자문사장 sinah@shinahfn.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