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투자할 만한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낙관론을 가졌지만 올 들어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2월 초 무디스가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뒤 비관론으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가산금리를 높게 요구하고 있고 북핵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요구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국가신용이 흔들린다〓국가신용위험 스와프금리는 북한 핵문제가 표면화되기 전인 지난해 11월말 70bp에서 3월5일 117bp까지 폭등했다. 스와프금리는 국가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한국 채권물에 대한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스와프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은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국가신용등급이 1등급이면 스와프금리는 ‘0’이다.
이 때문에 외평채 가산금리는 물론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외화표시 채권의 가산금리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해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북한 핵문제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자 웬만한 투자등급의 한국물 채권까지 기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이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당분간 한국물 채권의 가산금리는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북핵 문제 등을 감안하여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 신용등급 하향조정→가산금리 폭등의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해외차입, 채권발행도 어려워진다〓국민은행은 이달 중 3억달러 정도의 외화자금 차입을 계획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산금리를 너무 높게 요구해 1억5000만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나머지 1억5000만달러는 운용자산 중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3억달러를 차입하면서 2년만기의 경우 리보+0.25%, 3년만기는 리보+0.35%의 조건으로 자금을 끌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작년보다 가산금리를 0.07∼0.1%포인트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1억8000만달러를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차입한 하나은행도 작년 11월에 비해 가산금리를 0.02∼0.03%포인트 오른 리보+0.25%(1년만기), 리보+0.35%(2년만기)로 자금을 빌려왔다. 작년 11월 1억7500만달러를 차입할 때는 리보+0.32%(2년만기)였다.
김승환 하나은행 자금기획팀 차장은 “1월 초 작업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작년과 비슷한 조건에 자금을 차입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2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요구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고 밝혔다.
산업 수출입 기업 신한은행 등도 이달 중 7000만∼3억달러의 자금 차입을 계획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이를 취소할 예정이다.
채권발행시장에서도 가산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6일 10년 만기 후순위채 3억7500만달러어치를 5년 만기 미 재무부채권(TB)+3.2%에 발행했다. 작년에 비해 0.1%포인트 정도 높은 차입조건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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