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잘 모셔라"…의결권 적극행사 움직임 기업비상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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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주총을 앞둔 포스코의 요즘 분위기는 노심초사(勞心焦思)라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유상부(劉常夫) 회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사상 초유의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대한투신 등 정부측 기관투자가들이 유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투신 외환코메르쯔투신 등의 기관투자가들은 유 회장의 경영성과에 만족하며 연임에 찬성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유 회장이 직접 해외에 나가 기업설명회(IR)를 하고 국내에서도 재무 파트를 중심으로 기관투자가들에게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최근 김운용 부사장을 SK텔레콤 사외이사로 보내고 대신 SK㈜ 김한경 부회장을 포스코 사외이사로 앉히는 등 우호 세력을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텔레콤도 14일 주총을 앞두고 3일 롯데호텔에서 표문수(表文洙) 사장과 주요 임원들이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애널리스트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주요 안건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표 사장은 최근 투자가들 사이에 논란이 되었던 3세대 와이드밴드 CDMA 사업 투자 등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주요 안건을 설명했다. 또 지분의 39%를 가진 해외 투자가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IR 담당자들이 몇 개 팀으로 나뉘어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을 방문하고 있다.

주총 시즌을 맞아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던 기관투자가들은 올 들어 주요 기업들의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몇몇이 모여 공동 행동을 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에 개정된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펀드당 10억원 이상 또는 운용금액 가운데 5%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해 주총 5일 전까지 안건에 대한 찬반을 공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최근 주주권 행사 지침을 마련했고, 한국투신운용 현대투신운용 등은 ‘의결권 행사 위원회’를 구성해 타깃 회사를 정하고 재무제표, 배당규모의 적정성, 이사 후보의 자격 등 주요 안건을 검토하는 등 체계적으로 주총을 준비하고 있다.삼성전자 주우식(朱尤湜) 상무는 “최근 국내외에서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강화돼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안건이 정해지면 주총 전에 사장과 임원들이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아시아의 기관투자가들을 찾아가 안건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고 말했다.

KDI 국제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고객들의 자금을 위탁받은 신탁자로서, 투자한 기업을 감시할 의무가 있다”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따라 주총이나 기업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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