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국민소득 분포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 이후 악화됐던 빈부 격차가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한국의 국민소득 분배구조는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경제계가 성장과 함께 분배를 중시하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공식 보고서를 통해 반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도시가계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은 전체 계층 평균소득의 2.01배였으나 작년 1.98배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은 2001년 0.37배에서 작년엔 0.38배로 개선되는 등 부의 편중현상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지적이다.
소득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 불평등)도 2001년 0.319에서 지난해 0.312로 떨어져 빈부격차가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소득분배구조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나쁘지 않다는 게 상의의 주장이다.
스위스 경영개발원(IM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국의 상위 20% 계층의 소득점유율은 39.3%로 미국(46.4%) 영국(43.0%) 스위스(40.3%) 프랑스(40.2%)보다 낮았다. 또 하위 20% 계층의 소득점유율은 7.5%로 미국(5.2%) 영국(6.6%)보다 오히려 높았다.
상의는 “이런 통계와는 달리 서민들은 외환위기 이후 분배구조가 더 악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중하위층이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0∼2002년 가계소득은 연평균 8.1% 증가에 그친 반면 아파트 가격은 18.6% 상승했으며,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10.3%에서 지난해 11% 수준까지 늘어났다. 특히 사교육비는 지난해 전체 교육비의 절반 가량인 45%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상의는 “한국의 분배구조가 나쁘지 않은데도 국민이 계층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나친 분배구조 개선정책보다 공교육 내실화, 임대주택공급 확대 등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 마련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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