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세일 경쟁을 벌였던 시중은행들이 불황이 장기화하고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자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신중하게 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다소 어려워질 전망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가계대출 심사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거나 기업에 대한 대출한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가계대출 심사 때 연봉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평가해 왔으나 앞으로는 비용을 뺀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또 다음달부터는 아직 연체를 하지 않았더라도 연체 징후가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대출 일부를 회수하는 등 연체를 미리 막기로 했다.
지난해 소규모 자영업자(소호)에 대한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던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경기 둔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자 소호 등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도 줄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업고객본부를 통해 매일 연체율 상황을 점검하고 특이사항이 나타날 경우 바로 영업점에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달 개인영업점장의 전결금액도 최고 50억원에서 5억원으로 10분의 1로 줄였으며 대출 대상도 좁혔다. 또 10억원 이상 대출 기업에 대해선 신용평가를 제대로 적용했는지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업종별 현황파악을 통해 관련 기업들의 동향 보고서를 수시로 받아 점검하고 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전략팀 송종만 부부장은 “기업에 대출할 때 상환 능력에 의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연체과다 업종에 대한 대출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영업이나 자금사정이 악화된 일부 업종에 대해서도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대출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작년 말부터 음식, 소매, 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종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대한 신용도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심사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특히 종전에는 대출 만기시 연체만 없으면 대부분 연장을 해줬으나 최근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엄격한 심사를 실시해 부적합 판정이 나면 연장을 안해주고 바로 회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초 연례 신용등급 조정에서 등급이 하락한 업종에는 대출 한도를 줄였는데 등급 상승보다 하락 업종이 훨씬 더 많았다.
산업은행도 두루넷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기타 통신업종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는 한편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관리를 시작했다.
가계대출 연체율 추이 (단위:%) | ||||
은행 | 2002년 6월 | 2002년 9월 | 2002년 12월 | 2003년 1월 |
국민 | 1.89 | 2.31 | 2.2 | 2.7 |
우리 | 0.63 | 1.08 | 0.85 | 1.34 |
조흥 | 0.72 | 1.07 | 1.45 | 1.8 |
외환 | 0.9 | 1.1 | 1.01 | 1.5 |
자료:각 은행 |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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