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쟁의 승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 무진한 DVD 관련 시장의 장악 여부가 결정되는 데다 ‘1차 전쟁’을 치른 양사 기술진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신경전이 치열하다.
▽‘기술우위’가 패배한 1차전쟁=VTR의 국제표준을 둘러싼 소니와 마쓰시타의 대결은 지금도 전자제품 호환성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 당시 비슷한 시기에 VTR를 개발한 두 회사는 소니가 베타, 마쓰시타가 VHS 방식을 채택하면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화면의 선명도나 용량의 크기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소니의 베타 방식이 한수 위였다는 게 중론. 하지만 소니가 기술력의 우위만 믿고 원천기술을 공개하지 않고 독점을 노렸던 반면 마쓰시타는 재빨리 기술을 공개해 다른 가전업체들을 우군으로 삼는 전략을 택했다. 소프트웨어 확보를 위해 비디오테이프 제조회사에도 적극 협조했다.
그 결과 가정용 VTR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VHS가 석권했다. 베타 방식은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방송용 기자재 시장을 차지했지만 이 때의 패배는 두고두고 소니의 ‘한’으로 남았다.
▽‘연합군 확보’로 맞선 2차전쟁=두 회사는 올 들어 DVD비디오카메라 시장에서 다시 맞붙었다. 이 제품은 기존 캠코더(비디오 카메라)에 DVD 방식을 적용한 것. 비디오 테이프를 사용하는 기존 캠코더와 달리 DVD로 화면을 녹화한다. 화질이 뛰어나고 조작이 간편할 뿐 아니라 원하는 장면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수년 안에 주력 상품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든 것은 마쓰시타. 히타치와 손잡고 2000년 세계 최초로 상품화에 성공한데 이어 이번 주말부터는 크기와 무게를 50% 이상 줄인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6일 밝혔다. 예상가격은 12만∼14만엔(약 120만∼140만원).
DVD비디오카메라는 지난해 일본에서 2만대 이상이 팔렸고 2005년엔 8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를 빼앗긴 소니는 올 여름경 마쓰시타보다 1만엔 가량 싼 가격에 미국과 일본시장에 새 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양사의 제품은 크기나 가격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기능면에서는 각각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다. 마쓰시타 제품은 녹화가 2시간까지 가능한 반면 TV로만 재생이 가능하다는 게 약점. 소니 제품은 DVD플레이어를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녹화시간이 1시간으로 더 짧다.
두 회사의 제품은 VTR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기반기술이 되는 DVD레코더의 방식이 서로 달라 호환이 불가능하다. RAM 방식을 채택한 마쓰시타는 히타치 도시바 등 기존의 동맹군 외에 파이오니아까지 끌어들여 일본 국내에 두꺼운 진영을 형성한 상태. 여기에 맞서 소니는 필립스 휴렛팩커드 등 주로 해외파와의 제휴를 통해 우군 늘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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