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떼밀린 李공정위장…청와대 압력에 사표

  • 입력 2003년 3월 6일 23시 27분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사표를 냄에 따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도 자진해서 사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은 임기인 내년 11월까지 총장직을 수행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5일 김 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임기를 보장할테니 검찰 개혁을 위해 애써 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 자진사퇴 배경=이 공정위원장은 그동안 자진사퇴 여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간부들은 “사표를 낼 준비는 돼 있지만 사표를 내는 것이 오히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공정위원장이 사표를 낸 것은 6일 정찬용(鄭燦龍) 대통령인사보좌관의 기자간담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 보좌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위원장과 공정위원장은 개혁성이 중시되는 자리”라면서 “기다리고 있다. 지금 적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두 위원장이 중도사퇴하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못박았다. 정 보좌관은 “5개월 뒤에 바꾼다 하더라도 지금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선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금감위원장도 이미 자진 사퇴할 ‘마음의 준비’를 갖췄다는 것이 금감위 간부들의 전언이다. 다만 노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는 절차와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공정위원장이 사표를 냈기 때문에 이 금감위원장도 이제는 더 이상 모양새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두 사람은 청와대의 ‘종용’이 아니라도 그동안 공정위의 위상 및 이미지 실추(이 공정위원장)와 대북(對北) 비밀송금 연루의혹(이 금감위원장)으로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다만 어쨌든 임기가 남은 두 사람에게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퇴진압력을 가한 것은 다소 씁쓸한 대목도 있다.

▽후임자는 누가 거론되나=공정위원장과 금감위원장은 새 정부가 내세운 ‘재벌 개혁’을 집행할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벌 개혁’에 관해 새 정부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안정 성향의 다른 경제장관들과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한 자리 정도는 관료 출신이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청와대는 후임 공정위원장에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교수와 강철규(姜哲圭) 부패방지위원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성’과 함께 ‘조직 안정’까지 감안한다면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병일(金炳日)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거론된다. 한때 공정위원장 후보로 유력했던 김대환(金大煥) 인하대 교수는 노사정위원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감위원장에는 장 교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을 지낸 이동걸(李東傑)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거명되고 있다. 금감원 직원 설문조사에서 1위로 나온 이정재(李晶載) 전 부위원장도 후보에 올랐으나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리는 듯하다.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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