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가는 정보기술(IT) 거품이 일기 직전인 9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본 주가는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독일 DAX지수는 10년 이래 최저가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각국 증시가 역사상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했던 2000년 고점부터 지난 주말 주가까지 하락률을 보면 코스닥이 87.1%로 낙폭이 가장 크고 나스닥(74.1%), 자스닥(70.7%), DAX지수(69.8%) 순이다.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은 48.4%로 프랑스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영국에 비해 선방한 편이다.
현재 주가가 2000년 고점 수준보다 높은 곳은 러시아(94.7%), 중국(상하이B·37.7%), 스리랑카(27.2%), 파키스탄(19.2%), 베네수엘라(9.0%)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세계적인 주가 폭락의 원인은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외국인투자자들의 순매도 공세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는 한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1월 한국 증시에서 27억달러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2월에는 54억4400만달러(64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3월 들어 7일까지 1억2500만달러(약 1513억원)의 순매도 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만 증시에서도 1월 59억5300만달러 순매수에서 2, 3월 각각 46억5100만달러, 7억5100만달러의 순매도로 전환해 똑같은 양상을 나타냈다.
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신흥 아시아 개발도상국 증시에서도 외국인은 2월 이후 순매도를 보였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진행 중인 외국인 순매도가 한국만의 컨트리 리스크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모건스탠리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앤디 셰는 “한국의 주가 하락은 (경기)순환적인 양상이 크며 북한 문제 때문에 한국 주식을 판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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