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들어와/보석이 되느라고/밤새 뒤척이는/괴로운 신음소리….”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은 인사말 대신 이해인 수녀의 ‘다시 겨울 아침에’라는 시를 읊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2, 3위 업체인 강원랜드와 기업은행이 거래소로 이전하겠다고 밝히고 코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터라 대책을 기대하고 기자들이 몰려든 자리였다. ‘답답하고 괴롭지만 할 말이 없다’는 메시지.
신 사장은 “시장을 옮기고 말고는 기업의 자유”라며 “다만 대주주인 정부가 한국 증시를 살리는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강원 정선군에 있는 강원랜드를 설득차 다녀오고 두 기업의 소관 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도 간곡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마련한 부실 등록업체 퇴출제도를 4월에 조기 시행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이 ‘체중 조절’을 하지 않으면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성급한 예단에 제동을 건 것. 867개 법인 880개 종목이 등록돼 있는 코스닥은 686개 법인 863개 종목이 상장된 거래소보다 ‘입’은 많지만 ‘곳간’은 텅텅 비어 있다.
현재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거래소의 15%에 불과하다. 강원랜드와 기업은행이 거래소로 옮기면 10%로 줄어든다.
정 위원장은 “코스닥의 현행 퇴출 요건은 세계에서 나스닥 다음으로 엄격하다”며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약속한 시행일정을 지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부터 적용되는 강화된 퇴출 요건의 골자는 △최소 주가 요건을 액면가의 20%에서 30%로 올리고 △최저 시가 총액을 10억원으로 규정했다.
코스닥위원회와 코스닥시장의 입장은 “부양 차원의 무리한 제도 개선은 하지 않되 진입 퇴출 제도에서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것.
추가로 진입 퇴출 요건을 강화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공언한 진입 퇴출 요건 강화 및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제도개선 일정을 지키고 △시장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에서는 5월 초 나올 증권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주목한다. 여기에는 △등록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도록 시장관리를 나눠서 하는 방안 △관리 및 투자유의 종목의 폭을 넓히고 자동퇴출 요건을 넣는 방안 △등록 요건에서 벤처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의 타당성 재검토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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