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SK수사중단 외압 논란]민주 이상수 총장 VS 검찰관계자

  • 입력 2003년 3월 1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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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전화를 해 외압 시비에 휘말린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10일 심각한 표정으로 당무회장에 앉아있다. -박경모기자
SK그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전화를 해 외압 시비에 휘말린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10일 심각한 표정으로 당무회장에 앉아있다. -박경모기자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10일 검찰의 SK그룹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말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에게 ‘선처’를 당부하는 전화를 건 사실을 시인한 것은 사태를 조기 진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에서 “여권 중진인사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온 만큼 자칫 이를 둘러싼 의혹이 여권 핵심부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이 총장이 ‘집권여당 사무총장 권한론’을 내세우며 “수사 배경을 알고 싶었고 (이는) 떳떳하며 그런 권한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한 대목에 대해서는 당 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한 중진의원은 “당 차원의 대응이라면 내부 공론화 절차를 거쳐 당 대표나 해당 상임위 등 공식라인을 통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총장은 전화를 건 것이 경제 상황을 우려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SK그룹의 압력설에 대해서는 정황까지 제시하면서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내가 SK그룹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최태원(崔泰源) 회장과 함께 구속된 김창근(金昌根) 구조조정본부장인데 내가 전화한 것은 김 본부장 구속 이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장은 앞서 7일 기자간담회에서는 “SK그룹이 지난해 대선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다른 기업체보다 잘 도와줬는데 (최 회장이 구속돼) 기분이 좀 그렇다”고 말한 적이 있어 최 회장의 구명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 총장은 “한번만 전화했느냐”는 질문에 분명하게 답변을 하지 않아 여러 번 전화를 건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수사검사의 발언이 다소 과장된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라인을 상대로 진상을 파악한 결과 외부의 의견이 전달된 사실이 없고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는 외부 인사가 아닌 변호인 중 한 명이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상수 사무총장 외에 검찰에 압력을 넣었다는 정부 고위 인사의 경우 곧 스스로 입장을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압력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중견 검사는 “내용이야 어떻든, 여당의 고위 인사가 검찰총장에게 특정 사건과 관련해 전화를 했다면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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