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점이 큰 이유. 여기에 유가 급등과 경제성장률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겹쳐 있다. 직접적으로는 외환시장 심리가 취약해지면서 달러 사재기가 나타나는 등 단기 수급이 꼬인 것이 결정적이다.
분석가들은 북핵 문제가 해결돼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 약세 배경과 전망〓외환 트레이더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 폭등(원화가치 하락)은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외국인의 달러 대량매입→외국인의 한국주식 대량 매도→국내기업의 달러 예비수요 급증과 달러 공급 축소 등의 연쇄 효과로 설명한다. 지정학적 리스크, 한국경제 펀더멘털의 약화 우려, 투기적 거래 등 온갖 악재가 겹쳤다는 것.
삼성증권 정용택 선임은 “각국 통화가 달러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독 원화만 약세인 점으로 볼 때 북핵 문제가 7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율의 향방은 북핵 문제의 해결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우리증권 이순철 이코노미스트는 “13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와 600억달러의 순대외채권을 감안할 때 외환시장에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피데스투자자문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은 98년 이후 1100∼1300원의 장기 박스권에서 움직여왔다”면서 “‘판’이 깨지지 않는다면 조만간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낙관했다.
▽원화 약세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편으로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낳는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 98년 러시아위기, 99년 대우사태 등 대내외적 쇼크로 환율이 급등했을 때는 예외 없이 주가 급락을 동반했다.
특히 원화 약세가 추세로 이어질 때는 대내외 투자환경의 불확실성과 한국경제 펀더멘털의 약화 우려 외에 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외국인 매도가 주가 폭락을 주도했다.
그런데 북핵 문제처럼 판을 통째로 깰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에 따른 환율 상승은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 등 특정 종목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증시 전체의 투자심리 악화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를 종목 선별에 활용하기는 힘들다.또한 원화가치 하락이 증시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한다기보다는 현재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포괄적인 리스크 요인이 외환시장의 가격에 반영되는 의미가 크다는 의견도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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