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가시방석'…3월결산 앞두고 마이너스 성적표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40분


“주가는 애인과 같습니다. 가끔씩 집을 나가지만 2년 내에 제 가치를 찾아 돌아옵니다. 돌아오면 가치투자자는 많은 돈을 법니다.”

백경호 국민투신운용 사장은 종합주가지수가 540선대로 떨어진 6일 회사 펀드매니저들에게 e메일을 보내며 외국 경제잡지에 난 글을 인용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증시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이유 때문에 폭락하고 있으니 지나치게 비관하지 말라는 뜻.

그러나 고객 돈으로 산 주식 값이 연일 폭락하는 것을 보는 주식형 펀드매니저들은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특히 투신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2002회계연도 결산일인 3월말을 앞두고 회사측과 연봉 및 재계약을 협상하게 돼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시장보다는 잘 했지만〓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500억원 이상 성장형 펀드(주식 편입비율이 70% 이상) 31개는 지난해 4월19일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내린 뒤 10일까지 평균 32.99% 가치가 떨어졌다.

4월19일 1000원 주고 산 펀드 한 좌가 지금은 670.1원이 됐다는 뜻. 가장 많이 떨어진 펀드의 수익률이 -37%이고 덜 떨어진 펀드도 -25%이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41.76% 떨어진 것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셈.

성금성 현대투신운용 운용본부장은 그러나 “아무리 시장보다 잘 해도 원본을 손해 본 고객은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떠나는 사람이 부럽다〓성 본부장은 “봄은 왔지만 주식형 펀드매니저들의 체감 계절은 늦은 가을”이라고 표현했다.

아예 잠시 시장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지난달 사표를 낸 양성호 전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잠시 머리를 비우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양 전 본부장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남명우 대한투신운용 차장은 “시장이 좋지 않아 쉬었다가 다시 일자리를 찾을 보장이 없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사표를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나쁜 펀드매니저들은 소화불량, 불면증,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김영준 삼성투신운용 주식1팀장은 “수익률이 나쁜 펀드매니저는 회사와의 연봉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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