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계열사에 '분식회계 불똥'

  • 입력 2003년 3월 12일 15시 28분


SK글로벌이 '분식회계 파문'으로 계열사들을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SK글로벌의 지분을 갖고 있는 SK SKC가 11, 12일 연속 하한가의 '직격탄'을 맞았고 지분이 없는 SK텔레콤의 목표주가도 연일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계열사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회사별로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피해는 SK. 11일 공시를 통해 작년 순이익을 당초 5944억원에서 2968억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SK글로벌의 지분에 대한 손실 반영. 작년 9월말 현재 SK글로벌 지분을 38.7%(장부가 6401억원)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000억원을 손실로 떨어낸 것이다.

문제는 SK글로벌에 외상으로 석유를 준 '매출채권'이 약 1조1402억원에 이른다는 것.

동원증권 이정헌 애널리스트는 "받을 돈과 상계하더라도 최악의 경우 약 1조원의 추가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제까지 SK글로벌에 맡기던 주유소 운영을 직접 맡을 경우 연간 약 500억원의 영업이익(2003년 기준 약 10% 추정)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또 △그동안 SK의 문제로 지적됐던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주가의 급락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에 비해 크게 저평가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신영증권 황상연 애널리스트는 "SK는 기업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며 "향후 3∼6개월 이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의 급락은 '심리적' 영향이 크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는 전날 12% 이상의 급락에서 12일에는 0.35% 떨어진 14만2500원으로 마감됐다.

교보증권은 "SK텔레콤이 그룹 계열사에 대해 지급보증이나 지분을 갖고 있지 않고 미수금도 거의 없다"면서도 "우발채무가 생길 수 있고 투자심리가 악화돼 투자의견을 낮춘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증권 조점호 애널리스트는 "SKT가 계열사를 부당지원했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급락했지만 펀더멘털에 부정적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SKT주식 2.72%를 사들일 것으로 밝히고 있어 수급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SKC나 SK케미칼도 SK글로벌에 대한 투자지분을 제외하고는 지급보증 등 직접적 연결고리는 거의 없다.

다만, 시장에서는 "SK글로벌의 회생에 계열사가 동원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SK그룹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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