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SK” 은행권 휘청…정상기업 분류 충당금 조금 쌓아

  • 입력 2003년 3월 12일 18시 38분


SK글로벌의 주 채권은행인 하나은행 주가는 최근 10일(거래일 기준) 동안 1만6400원에서 1만1050원으로 약 32.6% 급락했다. 신한지주와 한미은행 등 다른 은행주들도 마찬가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전체 은행권이 휘청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나 현대건설 등의 처리과정과 달리 은행들이 부실에 대한 대비를 거의 못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말 현재 SK글로벌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총 여신은 약 3조9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은행들이 SK글로벌을 ‘정상’기업으로 분류해 미래의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0.5%만 쌓았다는 것.

그러나 분식회계가 밝혀진 만큼 충당금 비율을 최소한 20% 이상으로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 지급보증한 20억달러의 조기상환을 요구받으면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원리금의 연체기준과는 별도로 원리금을 못 받을 가능성이 일부 있을 때는 여신의 20%, 매우 높을 때는 50%를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는다면 상장 또는 등록된 은행의 2003년 평균 주당순이익(EPS)은 최소 7%(충당금 20% 기준)에서 최대 18%(충당금 50% 기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 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작년 순이익 6080억원의 14.6%인 893억원에서 최대 37.3%에 이르는 2268억원을 손실로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의 2003년 예상 주당순이익은 최소 23%, 최대 58%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실적에 영향이 적은 은행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등이다.

다만 은행이 얼마나 담보를 갖고 있는지 등에 따라 최종 충당금 부담 여부는 달라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말 현재 SK글로벌의 여신은 이 밖에도 △산업은행 9023억원 △수출입은행 4324억원 △외국계은행 2178억원 등이 있다.

SK글로벌에 대한 은행별 충당금 부담 추정 (단위:억원,%)
은행채권의 20% 충당금 적립채권의 50% 충당금 적립
추가부담주당순이익 하락률추가부담주당순이익하락률
하나893132,26830
신한891102,26233
우리53151,34913
국민38429755
조흥66371,68532
외환488161,23958
한미350988928
기업10522674
부산382975
총계4,347710,93818
주당순이익 하락률은 2003년 기준, 채권금액은 2월말 기준.
자료:동원증권, 신영증권, 은행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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