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회장 SK지배권 포기…주식전량 채권단에 담보로 내놔

  • 입력 2003년 3월 12일 18시 39분


최태원(崔泰源·사진) SK㈜ 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SK계열사 주식을 채권은행단에 담보로 내놓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SK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는 채권단이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해온 SK글로벌에 대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옛 워크아웃) 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금융시장은 분식회계 파문으로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고 채권형 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이 쇄도하는 등 크게 요동쳤다.

▼관련기사▼

- 투신 하루에 1조7000억 빠져나가
- SK그룹 '공중분해' 가능성
- 20일째 수감 崔회장 "…"
- 편법상속 논란 대기업 긴장
- SK글로벌 분식회계 무엇이 문제인가
- “이번엔 SK” 은행권 휘청
- SK글로벌 편입여부 확인을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김승유(金勝猷) 행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모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면서 “담보제공각서, 재산처분동의서, 구상권 포기각서 및 도장과 인감증명을 은행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SK측은 최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는 계열사 지분(비상장 포함) 가치가 5000억원을 넘으며 13일 중 주식 실물을 채권단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행장은 “SK글로벌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최 회장이 총 2조원의 보증을 섰다”며 “최 회장이 지분을 담보로 내놓은 것은 사재출연이 아니라 보증채무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SK그룹은 하나은행이 개인 지급보증을 근거로 최 회장이 가진 모든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요구하자 SK글로벌 주식만을 사재출연 형식으로 내놓겠다며 반발했으나 결국 굴복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SK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사라졌으며 SK그룹 계열사들은 경우에 따라 최 회장 경영체제에서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글로벌은 최 회장의 계열사 지분 담보제공과 함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안을 하나은행에 제출했다.

채권단은 이날 SK글로벌에 한꺼번에 빚 독촉이 몰릴 것으로 보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해 국내외 채권 채무를 동결하고 채권은행들이 공동관리하기로 했다. 이 방침은 19일 열리는 채권단회의에서 확정된다.

SK글로벌의 국내외 채무 8조2000억원 가운데 은행권이 빌려준 돈은 약 4조원으로 구조조정촉진법이 적용되면 20∼5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하므로 채권은행들도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이날 오전 투신사에는 SK글로벌 회사채가 포함된 채권형 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폭주했다. 투신사들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와 회사채를 대거 시장에 내다 팔았으며 이 영향으로 금리가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연 4.69%에서 5.20%로 0.51%포인트, 회사채는 5.25%에서 5.85%로 0.60%포인트 올랐다.

정부와 투신사는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SK글로벌 회사채가 포함된 채권형 펀드에 대해 당분간 환매해 주지 않기로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SK 분식회계 파장으로 전날보다 15.1원이나 오른 달러당 1245.0원으로 마감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종합주가지수도 520선까지 밀렸다가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간신히 530선을 회복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