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1999년 해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이를 오너 가족 3, 4세들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두산도 지난달 24일 대주주 일가의 신주인수권 전량을 포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비슷한 논란에 휘말려 있는 기업은 삼성과 LG그룹으로 이들은 참여연대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당하거나 민사소송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과 LG 등은 “우리는 주식포기 등 ‘국민정서법’에 호소할 생각이 없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법적으로 시비가 가려질 사안을 SK가 자진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니냐”며 “SK와 우리는 사안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구조조정본부 법무팀과 기획팀 등을 중심으로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SK와의 차별성을 주장하는 것은 검찰수사 결과 SK가 이사회도 열지 않았으며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제대로 매기려는 노력이 없는 등 고의성이 발견됐다는 것.
삼성은 이재용(李在鎔) 상무 등에게 △삼성SDS가 1999년 BW를 주당 7150원에 발행한 것과 △삼성에버랜드의 사모 전환사채(CB)를 주당 전환가액 7700원에 발행한 것에 대해 ‘회사주식을 헐값에 대주주 일가에 넘겼다’고 고소당했다. LG 역시 ‘LG화학이 LG석유화학의 주식을 싼 가격에 오너 일가에 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이나 LG측은 “당시 상속세법에 따라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매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SK와 같은 내용. 삼성은 또 SDS건은 이미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한 것으로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대주주의 지분구조 등을 분석해온 이성혁 에퀴터블 사장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상 40%라는 고율의 상속·증여세를 부담한다면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는다”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거나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BW(신주인수권부사채) ▼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발행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회사채. 대개 고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Bond)과 주식인수권리(Warrant)가 따로 매매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발행기업의 주가가 약정된 매입가를 웃돌면 주식인수권리를 행사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식인수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비상장 주식을 이용한 편법 상속 및 증여 의혹▼
▽삼성=1999년 삼성SDS의 BW를 특수관계인들에게 인터넷매매가보다 낮은 주당 행사가격 7150원에 매각. 96년 삼성에버랜드 CB를 대주주 일가에 저가 매각.
▽LG=LG화학이 보유한 LG석유화학 지분을 대주주 일가에 저가 매각.
▽두산=99년 해외 BW 발행 당시 대주주 일가에 편법 매각.
▽SK=SK㈜ 주식과 워커힐호텔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대주주가 가진 워커힐호텔 주식가격을 높게 책정.
▽대림=99년 계열사인 대림정보통신 주식을 대주주 일가에 저가 매각.
반병희기자 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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