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산重 분규타결, 나쁜 선례 남겼다

  • 입력 2003년 3월 12일 18시 59분


두산중공업 사태가 두달여 만에 타결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불법파업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조치를 철회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나머지 산업현장에 분란의 소지를 남긴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불법으로 산업현장을 마비시키고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투쟁에 대해 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조치는 결코 ‘신종 노동탄압’이 아니다. 불법파업에는 상응하는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합리적 노사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정부중재 아래 사측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소급해 취하하고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해고했던 근로자 5명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것은 다른 사업장의 노사 분규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걱정된다.

정부는 작년 발전산업노조 파업 때 불법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개인재산 가압류 조치를 전 사업장에 적용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이번에는 손배 소송과 가압류를 풀어주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합의안을 사측에 종용했다. 오락가락 노동정책에 노사 관계의 물줄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노동부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우려하는 시각이 함께 존재한다. 노사분규는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형사업장 분규에서 장관 또는 그 이상이 중재에 나설 때까지 노사가 버티는 관행을 만드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

물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사측에도 반성할 점이 있다. 또 자살한 근로자의 시신을 볼모로 투쟁을 벌인 노측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노사간에 불신의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산업평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새 정부 출범 후 노사간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다. 이번 사태 해결과정은 그런 우려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어려운 시기에 노사 갈등도 걱정이지만 정부의 태도가 더욱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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