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SK쇼크']투신 하루에 1조7000억 빠져나가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13분


SK글로벌 은행별 채무현황 (단위:억원)
은행여신잔액
산업9,023
신한 4,571
수출입 4,324
조흥 3,405
옛 서울 3,160
우리 2,727
외환 2,505
국민 1,971
한미 1,796
하나 1,421
농협 1,395
기업 540
부산 198
외국계 2,178
합계 39,214
북한 핵문제에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까지 겹쳐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SK 사태’는 주식 채권 환율 등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준 데 이어 궁극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 투신권에서는 SK글로벌 회사채가 편입된 펀드의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여파로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가 폭등했으며(채권가격이 떨어지는 것) 주식시장은 이라크전쟁 불안감에다가 분식회계 파문까지 겹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의 회계투명성이 개선된 것으로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며 한국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다.

▽투신권, 환매 요청 쇄도〓SK글로벌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1조8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1조원이 투신사 펀드에 편입돼 있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11일 투신권에서는 SK글로벌 회사채가 편입된 펀드에서 무려 1조7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예를 들어 1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SK글로벌 채권이 100억원 들어 있을 때 100억원만 찾는 것이 아니라 1000억원을 모두 찾아간 것.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투신사는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일시적으로 환매를 중단했고 부분환매를 결정했다. 1000만원 가운데 SK글로벌 채권이 10만원이라면 우선 990만원만 돌려주고 10만원은 나중에 돌려준다는 것. 그러나 SK글로벌 채권은 ‘사자’세력이 거의 없어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SK글로벌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권형 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SK그룹 주식이 편입된 펀드로 환매 요구가 확산되고 있어 투신권이 몹시 긴장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안동규 채권운용전략실장은 “SK글로벌 사태가 금리를 올리고 금리가 더 오를 것을 두려워한 투자자들이 일반채권형 펀드를 환매하면서 금리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한국투자 비중 줄인다〓북핵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SK글로벌 사태는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SK 분식회계 사건은 종합주가지수를 단기간에 500선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투자의견을 2단계, 신한지주와 국민 한미은행은 1단계 낮췄다.

모건스탠리도 SK텔레콤의 투자등급을 1단계 낮추고 목표주가도 22만원에서 19만원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JP모건도 SK텔레콤의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SK글로벌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는 매수를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한국기업의 분식회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아주 커졌다”며 “홍콩에서 한국투자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들도 한국에 대한 신용공여한도(Credit Line)를 줄일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조달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영국의 HSBC는 과거 대우사태로 인한 피해를 본 후 종합무역상사의 본·지사간 무역금융을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SK글로벌의 분식회계가 곧바로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신용등급은 △외환보유액 등 대외 포지션 △재정건전성 △경제성장률 △은행산업의 건전성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대외 포지션을 제외한 나머지 요인들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져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의장은 “북한 핵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신용등급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산업의 건전성은 아직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SK글로벌 및 SK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아야 할 형편이다. S&P 도쿄사무소는 12일 한국의 은행산업에 대해 “호시절은 끝나고 신용카드, 중소기업 여신 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지속적인 이익을 내는 데 장해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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