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투자자 붙잡기…한국경제 위험신호 높아진 영향

  • 입력 2003년 3월 12일 19시 15분


정부가 해외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북한 핵 문제와 경기급랭 등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는 등 해외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위험신호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다음달경 미국의 유력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을 직접 방문해 북핵 문제, 노사관계, 새 정부 경제정책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조성익(趙誠翊)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은 12일 “경제부총리와 금융정책 담당자들이 외평채 발행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할 계획”이라며 “이때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 및 한국에 투자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 권태신(權泰信)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등 한국 정부의 경제·외교 대표단은 10, 11일 이틀간 뉴욕에서 골드만삭스 등 뉴욕 금융기관과 무디스, S&P의 담당자를 만나 한국의 안보 및 경제상황을 설명했다.

대표단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제금융계에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졌고 한반도의 전쟁 위험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며 앞으로 신용등급 조정 때 이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신용평가회사측은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신용등급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심의관은 “정부 인사들이 외국 신용평가기관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신용등급 하향에 대한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어 방문사실을 미리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2월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A3 긍정적’에서 ‘A3 부정적’으로 두 단계 낮췄으며 4월에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해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은 “반 외교보좌관 등의 이번 방미는 경제외교 성격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 등 국제 정치적인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모두 ‘컨트롤’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알리고 미 월가를 안심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방부는 “차 정책실장은 현지에서 최근 한국의 안보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며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 등 한미동맹 재조정 논의가 대북(對北) 억지력을 약화시키거나 한국의 안보능력 저하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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