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쟁에 반대하는 국가와 단체들은 반대의 한 이유로 “미국이 노리는 것은 석유”라고 주장하면서 이 전쟁을 ‘석유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발발 직전 상황인 이라크전은 얼마만큼 ‘석유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을까.
▽이라크 석유의 전략적 가치는 얼마=이라크의 하루 석유생산량은 약 240만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3.3%다. 그러나 확인매장량은 1120억배럴(2001년 말 기준)로 사우디아라비아의 2618억배럴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7%에 달한다. 하지만 이란-이라크전쟁과 걸프전쟁 등으로 탐사와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1000억배럴 이상 더 묻혀 있을 것으로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앞으로 개발 여지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매장량도 매장량이지만 이라크에서 석유를 개발하면 생산비가 매우 싼 것이 매력이다. 이라크의 석유생산비는 배럴당 1달러에 불과해 미국 텍사스의 20달러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은 미국이 이라크 석유에 대해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약 20%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또 다른 대규모 중동 산유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승리하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석유공급 확보 △이란 이라크 리비아 등 일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석유를 영향력 행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봉쇄 △미국 대형정유사들의 중동 진출 확대 등 ‘부수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석유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 충돌=1999년 9월 바그다드에서는 50여개 외국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석유 및 천연가스 기술 전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라크는 석유개발에 필요한 투자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했고 상당수 서방 석유회사들과 탐사 및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에너지부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라크는 지난해 말 현재 러시아 루크오일, 이탈리아 에니, 프랑스 토털피나엘프 등과 계약을 했다. 미 에너지부가 파악한 계약액은 380억달러. 그러나 이 전시회에 미국은 한 업체도 참가하지 못했다. 미국으로서는 배아픈 일이다.
계약은 유엔이 91년 이라크에 경제제재 조치를 내리면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李文培) 연구위원은 “미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기회가 공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했으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프랑스 러시아 등과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엔에서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는 데는 이러한 경제적 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뒤섞여 있을 것이라는 것이 서방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 이외 국가의 업체들과 ‘유리한 조건’에 계약한다는 것은 석유개발권을 지렛대로 해 국제사회에서 우호세력을 얻기 위한 속셈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후(戰後)를 기다리는 미국 석유메이저들=석유메이저들은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면 이라크는 전후 복구를 위해 석유 생산을 크게 늘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240만배럴에서 앞으로 약 10년간 하루 800만∼1000만배럴까지 늘려야 한다는 것. 이라크가 생산을 늘리려 할 경우 미국계 메이저의 자본과 기술이 반드시 참여할 것이라는 계산. 이라크는 오랜 전쟁과 경제제재로 탐사 및 채굴장비가 매우 낡아 73개 유전 중 24개만이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석유메이저들은 1960년 OPEC 설립 이후 확산된 국유화 열풍으로 중동에서 쫓겨나 개발권을 잃었다. 따라서 이번 전쟁 이후 이라크에 진출하면 다른 아랍국가들도 차츰 개발권 시장을 열어 이라크가 중동 재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랍권 석유 매장량-비율 2001년말 기준 | ||
매장량(억배럴) | 비율(%) | |
이라크 | 1125 | 10.7 |
사우디아라비아 | 2618 | 24.9 |
쿠웨이트 | 965 | 9.2 |
이란 | 897 | 8.5 |
오만 | 55 | 0.5 |
카타르 | 152 | 1.4 |
아랍에미리트 | 978 | 9.3 |
예멘 | 40 | 0.4 |
자료: BP |
이라크에 진출진행중인 국가와 업체 | |
이탈리아 | 에니 |
스페인 | 에프솔 YPF |
프랑스 | 토털피나엘프 |
러시아 | 루크오일 |
중국 | 안 알려짐 |
인도 | 안 알려짐 |
터키 | 안 알려짐 |
자료:이코노미스트 |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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