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국내 채권단-해외채권단 줄다리기

  • 입력 2003년 3월 13일 18시 27분


SK글로벌 채권단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구촉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과거 현대그룹과 대우그룹 처리 때처럼 국내 채권단과 해외 채권단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SK글로벌의 총 채무액 8조2000억원 가운데 국내 채무액 5조8000억원은 구촉법 적용으로 당장 돌려 받을 수는 없게 됐다. 문제는 해외현지법인 지급보증액 2조4000억원.

국내 금융기관 해외현지법인에서 빌린 1조3000억원은 법에 따라 국내 채무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지만 나머지 1조1000억원은 순수 해외채권단 몫이다.

▽해외 채권단, “빨리 갚으라” 예상〓해외 채권단은 일단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대출약정 위반에 해당된다’고 선언하고 빚 독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그룹 등의 사례를 볼 때 해외 채권단은 국내 채권단의 결의내용과는 상관없이 조기상환을 청구해왔다.

하지만 SK글로벌은 국내 채권단이 자산부채 실사와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먼저 갚아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면 해외 채권단은 곧바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대출약정에 크로스 디폴트(Cross-Default·하나의 채무라도 갚지 못하면 다른 채무도 갚지 못하는 것으로 간주) 조항이 있다면 해외 채권단의 입김은 더욱 강해진다.

일부 해외 금융기관은 이미 상환요청을 하고 있으며 SK글로벌에 대한 신용장(LC) 개설을 거부하고 있다.

과거 대우그룹 구조조정 때는 해외 채권단의 부채를 자산관리공사(KAMCO)가 장부가의 40%에 할인매입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현대그룹은 해외 채권단의 부채를 우선적으로 갚아줬다.

▽국내 채권단, 형평성 강조〓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김승유(金勝猷) 행장은 “예전처럼 해외 채권단을 우대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나은행은 “국내 채권단과 마찬가지로 해외 채권단의 부채도 동결할 것”이라며 “해외 채권단이 보조를 맞추지 않고 채권회수 절차에 나서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버티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사를 정리하는 것보다는 회사를 살려놓고 부채를 갚아나가는 게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해외 채권단의 상환요청이 들어와도 SK글로벌이 갚지 않고 국내 채권단과 똑같이 대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내-해외 채권단이 치열한 협상을 통해 채무상환계획을 마련해야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글로벌 부채총액 8조2690원 ▼

SK글로벌이 국내외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액은 총 8조2690억이며 이 가운데 투신 등 제2 금융권 채무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SK글로벌의 은행 빚은 3조6520억원이라고 13일 밝혔다. 제2 금융권 빚은 2조1480억원이라는 것.

SK글로벌이 해외현지법인 등을 통해 외국에서 빌린 자금은 2조4690억원. 이 가운데 순수한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는 1조2000억원이며 나머지는 국내 은행의 해외지점에서 빌린 것이다.

하나은행은 14일 각 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신고를 받아 17일 채권금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SK㈜는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는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갖고 “최근 계열사인 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자사주가 연일 하한가를 보이고 있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매입 규모와 시기는 유동성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는 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4800억원으로 예정된 투자규모를 3000억∼4000억원가량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외화 7억달러를 포함, 총 2조6000억원의 현금과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K㈜는 현재 SK글로벌 및 SK글로벌의 해외 현지법인과 거래에서 1조5000억원의 순매출채권을 갖고 있으며 SK글로벌 해외법인 등에 약 300억원의 지급보증, 제품수출을 위한 800억원의 이행보증이 있다고 밝혔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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