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시각=리만브러더스의 에릭 그로스먼 아시아국 주식거래담당 수석부사장은 “북핵 위기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외교적 해결 노력이 부진해 위험 프리미엄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보 등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고 표현한다. 북핵 변수의 전개양상에 따라 한국에서 즉각 돈을 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모건스탠리의 리치 웹 한국물 펀드매니저는 “북핵 문제와 함께 한국경제의 펀더멘털도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고유가 및 환율급등, 경상수지 적자전환 가능성 등이 관심대상이다.
최근 북핵 이슈와 함께 노무현 정부의 정책방향이 월가의 투자전략 회의의 단골 메뉴가 됐다고 한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는 말한다. 한국에도 투자를 하고 있는 뉴욕의 투자회사 관계자는 “한국 여건에 대해 부정적인 화제를 꺼내면 더 관심을 갖는 상황”이라며 “한국채권 투자에는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 펀드매니저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 대비책=문제는 투자자들이 늘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회수가 일파만파의 충격을 주었듯 이번에도 일부 한국 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눈덩이 효과’가 우려된다.
월가의 시각이 악화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그동안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을 헐값에 팔아 넘기는 등의 구조조정으로 어렵게 회복한 한국의 시장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한 투자회사 관계자는 “펀더멘털보다 이미지나 센티멘털(정서 또는 감상)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의 분명한 메시지가 제때 나와야 한다고 투자자들은 조언한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북핵에 관한 입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데 대해 투자자들은 의아해한다. 이런 가운데 SK글로벌과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뤄지자 새 정부가 재벌개혁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오해’가 번졌고 조사대상 리스트가 나돌기도 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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