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정부나 금융기관 및 기업들이 만기를 맞은 해외채권은 총 50억달러로 추정된다. 역시 외환위기 때 발행된 이들 물량이 외평채처럼 제때 차환발행되지 못하면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될 것으로 뉴욕의 한국 금융계 인사들은 우려하고 있다. 뉴욕의 투자회사 관계자는 “차환발행이 안 되면 채권상환을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도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발행 예정인 주요 채권은 △우리금융지주 5억달러 △농협 5억달러 △대한항공 3억달러 △고속도로관리공단 3억달러 △조흥은행 2억5000만달러 △외환은행 2억5000만달러 △동서발전 2억달러 △남부발전 1억5000만∼2억달러 △중부발전 1억달러 등이다.
한국의 해외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0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은행 뉴욕지점 관계자는 “한국물 투자자의 대부분은 한국 금융기관이어서 북핵문제 등이 불거져도 투매 등 이상징후가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물을 많이 갖고 있었다면 양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SK글로벌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상황도 시사적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SK 충격이 크지 않았는데 이는 SK 조사 소문이 나돌자 외국계 은행들이 미리 SK에 대한 여신을 축소하고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라는 것. 반면 국내 금융기관들은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해외지점들이 황급히 경쟁적으로 돈 빌리기에 나서 성과 없이 금리만 올려놓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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