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차질=우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대북 사업은 상당 기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은 뱃길 금강산 관광을 제외하곤 대부분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
금강산육로관광은 2월 3차례 실시된 이후 북측의 동해선 임시도로 철도공사 강행으로 중단됐다. 작년 말부터 추진해온 개성공단 착공식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달 말로 잡혀 있던 평양현대정주영체육관(가칭) 준공식과 관련해 정 회장은 “준공식은 개성공단 착공식에 맞추기로 북측과 합의했다. 5월 중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이러한 답보상태가 대북 사업 중단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상회담 대가설이나 북한 고위층의 웃돈 수수설 등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들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질 경우 대북 사업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대북 사업 추진 주체와 관련해 자본금 전액 잠식상태인 현대아산을 대신해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대북 사업을 통해 재기하려는 정 회장에겐 치명타로 사실상 경영복귀가 어렵다는 의미.
▽대북 비밀송금 당사자들의 반응=정 회장은 14일 방북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환했다. 그는 이날 특검수사와 관련해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재수(金在洙) 경영기획실 사장은 현대건설의 1억5000만달러 대북 송금건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다.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으로 계열사 구조조정업무에 매달려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관련 혐의를 극구 부인한 바 있다. 대북 사업의 자금조성 업무를 도맡은 것으로 알려진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은 현재 잠적해 연락이 끊긴 상태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우려했던 게 현실로 나타났다. 특검수사가 예상 시나리오의 일부분이었던 만큼 당사자들이 특검 소환에 대비해 준비했을 것”이라며 “대북 송금 파문이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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