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정기주총을 개최한 상장 및 등록기업 가운데 주총일 당일 장 마감 전에 주총 결과를 공시한 회사는 전체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대부분 당일 오후 늦게 공시를 냈으며 다음날 오후에야 공시를 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주총 일자와 안건을 알리는 공시조차 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81개 등록기업이 주총을 연 14일 코스닥증권시장 공시팀은 장 마감 시각까지도 주총 결과를 공시하지 않은 20여개 기업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주총 결과를 집계했다.
코스닥 윤권택 공시팀장은 “260여개사의 주총이 몰린 21일이 걱정”이라며 “전 직원을 오후 늦게까지 독려해야만 당일 주총 결과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주주총회 결의사항은 주총일 다음날까지만 공시를 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은 발생 즉시, 즉 통상 2∼3시간 이내에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알리도록 돼 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비(非)주주도 해당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잠재적 주주라는 점에서 기업 관련 정보는 가급적 빨리 공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주총회는 분기 결산 실적을 확정하며 배당률을 결정하고 임원을 선임하는 등 중요한 투자정보가 발생하는 의미 있는 이벤트”라며 “주총 결과를 늑장 공시하는 것은 회사 내부자와 주주들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주부투자자 김옥자씨(39·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공정공시제 도입 이후 신상품 발매나 고객에게 보내는 편지 등 함량미달의 홍보성 공시를 남발하던 기업들이 주총 공시를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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