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금융상품 손실 줄이려면…MMF 살때 수익구조 확인

  • 입력 2003년 3월 19일 17시 59분


회사원 K씨는 지난해 9월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2020만원을 가입했다. 14일 자동차 구입비로 쓰려고 환매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통사정한 끝에 17일 통장에 들어온 돈은 1200만원. 결국 자동차 값은 만기를 2개월 앞둔 장기주택마련저축을 깨서 보태야 했다.

“가입할 땐 ‘언제든지 찾을 수 있고 원금은 절대 안 깨진다’고 하더니…. 원금을 돌려받는다는 기대는 안 한다. 몇 푼이라도 남은 돈만 빨리 빼줬으면 좋겠다.”

이는 약관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탓도 있지만 ‘원금보장형’ 상품을 ‘원금보장(원본보존)’ 상품으로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억울함이다.

▽원금보장 상품은 없다〓원금보장 상품은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만 팔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에서 원금보장 상품으로 승인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요령 있게 굴려 가급적 원금은 지켜주겠다’는 원금보장형 상품은 많다. 고객 돈으로 우량 할인채권을 사들이고 선(先)이자를 장외옵션 상품에 투자하는 주가지수연동형 정기예금이나 주가연계채권(ELS)이 대표적이다. 옵션 발행사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원본을 지킬 확률이 높다.

이처럼 비교적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있는 상품이 바로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대신 장이 좋아 주가가 오르더라도 상승분의 40∼80%밖에 못 받는다.

원금보장형으로 잘못 알려진 MMF나 전환형 펀드는 원본보장 상품이 아님은 물론 원금보장형도 아니다.

MMF는 투신운용사들이 욕심을 너무 많이 내서 탈이 났다. 운용사들은 언제든지 되돌려줘야 하는 고객 돈을 만기가 최대 120일이나 남아 있는 BBB- 등급의 회사채에 쏟아 부었다. 잔여(잔존)만기가 길고 회사채 등급이 낮을수록 금리를 더 받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고객들이 우르르 환매를 요청해 회사채를 팔려고 하니 값을 낮춰 불러야 하고, 심지어 아예 사주는 곳이 없게 된 것. 미국에서는 잔여만기가 90일 이내인 국공채나 초우량채권에만 투자한다.

2001년 한때 인기를 끌었던 ‘전환형펀드’는 원금보장형을 자처했지만 현재 30∼40% 손실이 난 펀드가 수두룩하다.

요즘 잘 나가는 해외국채펀드도 오십보백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수익률이 얼마든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투자 포인트〓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에 따르면 원금보장형이라는 말이 ‘눈 가리고 아웅’ 격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일본에서는 2, 3년 전 고객이 상품 특성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도록 ‘원본확보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금감원 신해용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원금보장형’이라는 표현이 고객을 오도하는 측면이 크다면 아예 이를 못 쓰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원금보장형으로 광고하는 상품의 수익구조를 일일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어떤 투자등급의 회사채에 넣는지, 회사채가 팔리지 않으면 어떤 환매 대책이 있는지를 일일이 물어보는 게 바람직하다.원금보장형 역시 수익률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위험 자산이다. 마이너스 실질금리 시대에 남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이런 위험을 잘 따져보고 관리해야 한다.

판매 중인 원금보장형 상품의 특징
상품 유형판매 창구운용방법예상 수익률
원금보장형펀드은행, 증권사원금의 80%가량을 국내외채권에 투자하고 20%는 현물주식 옵션 등에 투자 원금의 최저 80∼90% 보장
주가지수 연동형 정기예금은행원금의 90∼95%를 국공채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외국 투자은행이 발행한 장외옵션 상품에 투자0∼15% 수준
주가연계채권(ELS)은행, 증권사국고채나 우량채에 95%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내 6개 증권사가 발행한 장외옵션상품에 투자 0∼15% 수준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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