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전쟁 임박’ 신호에 ‘사자’ 주문이 많아졌고 특히 17일에는 ‘불확실성 해소’라면서 폭등세까지 나타났지만 막상 전쟁을 한다고 하니까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과연 언제까지….’
지난주의 투자자들의 태도 변화는 의미 있는 수준이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비롯해 주요지수가 9% 안팎의 강세를 보였다. 주가만이 아니다. 원유가와 금값도 내렸다. 달러가치는 일본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크게 올랐다.
이런 긍정적인 장세는 전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기초한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빌 설리번은 “이라크 전쟁이 오래가지 않고 (미국의) 성공적인 군사공격이 될 것이며 유정(油井)파괴나 중동지역 불안, 미국에서의 테러 등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월가에는 있다”고 진단했다고 CNN 머니는 전했다. 미국의 실패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시장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보다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기관투자가는 대형 뮤추얼펀드와 연금펀드들이 아직 시장에 본격 진입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거래량이 그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뮤추얼펀드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오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개인투자자들도 본격 가세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랠리는 헤지펀드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시장이 아직은 달아오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랠리가 진짜 시작됐는지를 알려면 전쟁이 실제로 시작된 뒤 며칠간의 장세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시장전략가들은 1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지정학적 상황과 관련한 커다란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투자자도 FRB도 관망 중’이라며 전쟁 국면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해석하고 있다. FRB가 미래에 대해 낙관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투자자들이 어떻게 모험을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다. 이날 시장은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하게 맞서다가 막판에 지수별로 0.5% 안팎의 상승세를 보이는 정도로 마감했다. 전쟁의 시작이 시장상황을 호전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일단은 약간 우세한 상황이다.
홍권희 기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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