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전쟁 길어지면 車생산 年50만대 감소

  • 입력 2003년 3월 21일 18시 53분


‘이라크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간에 달렸다.’

정부는 미-이라크전쟁이 1개월 안에 끝나면 한국 산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길어지면 수출 내수 투자가 함께 침체되는 등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번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라크 인근 중동지역의 수출이 다소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중동지역 수출 일부 차질〓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1일 현재 이라크전에 따른 수출 차질은 154건에 3369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상담 중단이 77건(2640만달러)으로 가장 많으며 선적 및 하역중단 36건(530만달러), 수출대금 회수지연 27건(131만달러) 등의 순이다.

K사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급하려던 400만달러어치의 통신기기 수출계약이 지연돼 애를 태우고 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업체에 50만달러어치의 건설기자재를 공급하려던 S케미칼의 경우 선적이 보류됐다. 또 요르단 바이어에게 32만달러어치의 자동차부품을 공급한 K양행은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전쟁 길어지면 전 산업에 악영향〓산업자원부는 21일 발표한 ‘이라크전쟁에 따른 업종별 영향 및 대책’에서 전쟁이 1개월 이내의 단기전이면 자동차 조선 전자 반도체 등 주요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1개월 이상 끌면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수출품의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국내 내수 경기도 더욱 얼어붙는다는 것.

만약 전쟁이 몇 개월 이어지면 자동차는 수출이 연간 기준 15만대가량 줄고 경기위축으로 내수판매도 35만대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조선업종도 컨테이너선과 일반화물선의 수주가 줄어들 전망이다.

전자업종은 운임과 보험료가 올라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수출은 연간 40억달러, 내수는 4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산자부는 전망했다. 반도체도 당초 예상 수출액보다 월 2억∼3억달러가량 감소해 연간 20억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석유화학업종은 전쟁의 장기화로 유가가 오르면 제조원가 상승과 관련산업 소비 감소로 어느 업종보다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업종별 대책〓정부는 업종별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파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자동차 수출 및 내수가 줄면 특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내리거나 경차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할 방침이다.

또 디지털TV 등의 특소세를 내리거나 폐지해 소비를 촉진하고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 석유수입부과금 인하 등을 통해 수입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건설업계엔 好材? ▼

국내 건설업계가 ‘이라크 특수(特需)’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전후 복구공사 ‘대박’을 기대하는 것.

하지만 전쟁이 국가와 지역별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고 있듯 전쟁 특수도 개별국가와 기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번 이라크전쟁도 마찬가지다.

▽미수금 회수 기대〓전쟁이 미국의 의도대로 빨리 끝난다면 현대건설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라크에 물린 미수금 11억400만달러를 회수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

현대건설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유엔의 이라크 경제제재로 이 나라의 대외 채권 채무가 모두 동결되면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 이라크전이 끝난 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미수금 회수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라크 특수’ 가능할까〓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이라크 재건사업 가운데 15억달러 이상을 자국 민간기업 몫으로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재건사업 규모는 최소 15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한국 건설회사가 참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후 복구사업은 대부분 시공사가 자금을 마련한다는 조건이 붙거나 정부 차원의 기금 지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이라크 특수’보다는 주변국 발주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효원 해외건설협회 전무는 “전쟁이 끝나면 중동지역 정세가 안정돼 그간 미뤄왔던 주변국의 공사 발주가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고유가 행진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여건이 좋아져 ‘제2의 중동 특수’가 예상된다는 것. 이란만 해도 사우스파 인근 해상(海上)유전공사 가운데 80억달러가량이 미발주 상태로 남아있다.

▽전쟁 기간이 관건〓중동은 한국 건설회사가 확보한 해외건설 수주액의 60% 이상이 몰려 있는 ‘달러박스’다. 올해만 해도 해외수주액 5억7698만달러 가운데 75%인 4억3550만달러가 중동에서 거둔 실적이다.건설업계가 긴장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중동지역 사업 비중이 워낙 커 전쟁 기간에 따라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공사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건설회사들의 자금 수지 악화가 예상된다”며 “여기에 철수 과정에서 현장에 두고 온 각종 장비의 안전 문제도 걸려 있어 실제 피해액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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