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파는 두 소녀가 있었다. 한 소녀는 ‘장미꽃 사세요’라고 외치고 다른 한 소녀는 ‘사랑 한 송이 들여가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랑을 판 소녀의 꽃은 몇 배가 팔렸다.”
이 책 표지에 쓰여진 문구다. 책의 목적과 내용을 이보다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예는 없는 듯하다.
광고는 상품을 판매하는 수단이다. 상품광고뿐 아니라 선거광고, 모금광고 등이 궁극적으로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현대인은 원하건 원치 않건 하루에도 수백, 수천건의 광고와 마주친다. 아침 신문에서, 버스와 지하철에서, TV와 라디오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그러나 이중에서 구매와 연결되는 효과를 갖는 광고는 몇 건이나 될까.
광고는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매가 가능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계획을 세운다. 세대와 사회의 흐름을 읽고 동향을 파악해 광고를 만든다. 그런데도 ‘성공’하는 광고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상품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소비자의 심리에 관한 이야기다. 광고와 소비자 심리를 다룬 책인 ‘Handbook of Consumer Motivation(Dichter·1964)’과 ‘The Hidden Persuader(Packard·1968)’를 현대적 상황에 맞는 용례를 적용해 엮었다. 한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인 편역자는 광고대행사에서 20여년간 실무경험을 한 광고인 출신이다.
편역자는 현재 광고계에서 사용되는 조사 연구 방법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정량 조사에 의존하는 방법은 소비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둘째 아무리 정성 들여 소비자와 시장을 조사한다고 해도 소비자의 마음은 때로 자기 자신도 모를 때가 있다는 것. 두 가지 문제는 결국 ‘소비자의 마음’이라는 점에 귀결된다.
빵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빵은 수천년 전부터 만들어져 왔고 현재는 기계를 통해 대량생산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정성’과 ‘손맛’이 들어간 빵을 원한다.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현대적인 시설의 빵집’을 내세우는 것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빵사들이 반죽하고 자신들이 집에서 빵을 구운 것처럼 해줬으면 하는 것이 소비자의 바람이다.
이 책은 광고를 만드는 직접적인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신 ‘손으로 만든 빵’과 같이 소비자들이 상품에 관해 느끼는 심리를 아이디어로 제시한다. 주유소는 길가의 여인숙이자 경계표라는 것, 여성들에게 머리 감는 일은 작은 이벤트라는 것 등. 광고계 종사자, 또는 광고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참조할만한 내용이다.
독서에 관해서도 “책을 보다 가까이 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품의 디자인이나 광고처럼 책의 크기나 색깔 등 포장적인 요소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편집은 ‘개성’에 치중한다.
그런데 책이 편집을 통해 비로소 상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면 이 책은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서체와 활자의 크기가 자주 바뀌고 밑줄이 들어간 것은 개성적으로 보이지만 일관된 흐름이 없어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별해주기보다 혼란만 가져온다. 이런 개성은 이 책이 목표로 하는 ‘소비자들’과도 맞지 않을 듯하다. 이 책을 관심 있게 읽을 독자라면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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