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주가 하락을 두려워하며 ‘투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자신이 타기 전에 랠리가 끌날지 모른다는 초조감 때문에 서둘러 주식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려면 갈 길이 아직도 멀다. 이라크전쟁이 일찍 끝나더라도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세계 경제가 곧바로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전쟁이 한달 이상 장기화되고, 전쟁이 끝난 뒤 테러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북한 핵’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이라크전으로 주가가 계속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또 한번 종자돈을 날리는 쓰라림을 맛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가가 급등했지만 외국인은 그다지 ‘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19일부터 21일까지 3일 동안 699억원 순매수했지만 3월 중(3∼21일)에는 여전히 4339억원 매도우위다. 순매도 행진이 그쳤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지만,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믿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 고전 가운데 하나인 ‘열자(列子)’의 ‘설부(說符)편’에는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말이 나온다. 선입견에 사로잡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결단’이란 책에서 ‘집중력과 긴장’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변화와 혁신)와 그것의 발목을 잡는 여건(현실) 사이의 팽팽한 긴장 속에서, 갖고 있는 자원(정보분석 능력과 돈 등)을 한곳에 쏟아 부어 실패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쟁랠리’는 여러 한계를 갖고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황(戰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바람직하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지만, 벌레로서는 괜히 일찍 일어나 새에게 잡아먹힐 필요는 없는 일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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