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활동하다가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입각한 장관들의 ‘서울 거처 마련 작전’이 다양하다.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은 개인 돈으로 전셋집을 얻었다. 반면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과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은 해당 부처 예산으로 관사(官舍)를 마련해 대조적이다.
▽자비(自費)로 전세 아파트=윤 교육부총리는 최근 서대문구 홍제동에 25평형짜리 아파트를 1억4000만원에 전세로 얻었다. 교육부는 한때 윤 부총리의 전세 비용을 예산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례가 없고 관련 규정을 확대 해석하는 것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장관도 개인 돈으로 마포구 도화동에 보증금 1억7500만원짜리 전세아파트(25평형)를 빌렸다. 그는 행자부에서 관사 매입을 건의했지만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충당했다
▽예산지원 받아 관사 마련=허 장관은 최근 서울 용산구 도원동에 있는 아파트(40평형)를 보증금 5000만원, 월세 150만원에 얻어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해양부는 집을 얻는 데 들어간 보증금을 해양부 예산으로 충당했고 앞으로의 월세도 계속 부담할 계획이다.
권 장관도 취임 직후 구로구 구로동 여동생 집에서 기거하다가 이달 중순 노동부 예산 1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부근(동작구 사당동)에서 전셋집(24평형 아파트)을 얻었다.
최낙정(崔洛正) 해양부 차관은 “그동안 중앙집권식 행정으로 지방에는 관사가 있었지만 서울에는 없었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에게도 숙소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기 위 해 예산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법적 문제는 없지만…=장관 관사를 마련하는 데 정부 예산을 쓴 허 장관과 권 장관은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대통령령인 ‘정부청사 관리규정’과 총리령인 ‘정부청사 관리규정 시행규칙’에서 ‘장관급 주거 시설을 청사로 간주, 정부 예산으로 198㎡(60평)까지 신축 또는 매입, 임차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91년과 92년에 각각 내무부 장관을 지냈던 이상연(李相淵)씨와 이동호(李同浩)씨는 장관 시절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월세로 관사를 마련했다가 ‘고급주택’이라는 비판을 받고 관사를 없앤 전례가 있다.
예산 출처를 보면 해양부는 허 장관에게 지원된 예산을 ‘임차료’에서 조달했다. 또 노동부는 지방으로 발령나는 공무원에게 배정된 ‘숙소비 예상 인상분’에서 돈을 끌어왔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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