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 의원은 ‘짠돌이 의원’ 혹은 ‘마티즈 의원’으로 불린다. 평소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의원회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사무실에서는 ‘등 하나 끄기, 이면지 활용하기, 물과 전기 아껴 쓰기’ 등을 입에 달고 다닌다.
전용차도 배기량 800cc급 경차인 마티즈다. 그것도 지역구인 경북 문경 등지에서만 사용할 뿐이다. 서울에서는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전용기사는 없지만 그 어느 국회의원보다 많은 운전기사를 둔 셈이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금가락지를 부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요즘은 누가 그렇게 생각합니까. 마찬가지로 자동차 종류가 신분을 말해주던 시대는 끝났죠. 자동차는 생활 편의장치일 뿐입니다.”
그가 마티즈와 인연을 맺은 때는 2001년 추석 즈음이었다. 당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을 할 때 한국은 경차 비율이 7%에 불과한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전 차종의 40%가량이 경차인 점을 알게 됐다. 한국처럼 에너지가 부족한 일본만 해도 약 30%는 경차였다. 이때부터 신 의원의 경차 사랑은 시작됐다. 먼저 자신부터 2000cc급 중형차를 팔고 마티즈를 샀다. 만나는 사람마다 경차 예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반면 경차를 타는 바람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이 생겼다.
한번은 지역구인 경북 문경·예천에서 열렸던 공식행사장에 경차를 타고 갔다가 그만 문전박대를 당해 버렸다. 서울에서는 마티즈마저 없어 청와대 부부동반 만찬이 있을 때면 항상 택시를 이용했다. 하지만 경차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적어도 일본 수준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것.
“경차를 타자는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차를 타는 사람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차를 타겠지요.”
신 의원을 포함한 여야의원 40여명은 1월 초 경차에 부과하는 등록세, 취득세, 자동차세 등을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1가구 2차량 중과세 제도를 부활하되 경차는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차의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배기가스가 적게 나와 환경에도 좋지요, 좁은 골목도 잘 통과하지요, 주차료도 절반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한국 경차가 요즘 얼마나 잘 나옵니까. 국민 여러분, 경차 탑시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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