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보조금 시비 하이닉스 비상…美-EU 상계관세 예비판정

  • 입력 2003년 3월 26일 18시 34분


한국산 D램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이 다가오면서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1일과 다음달 25일로 각각 예정된 미국 상무부와 유럽연합(EU)의 예비판정에서 한국 정부의 D램 업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인정되면 추가로 상계관세를 물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D램 예비판정 결과는 조선, 제지, 축산업 등 다른 업종의 수출 보조금 시비에도 영향을 줘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두운 예비판정 전망=미국과 EU의 예비판정 모두 한국측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업계는 걱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 2위의 D램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9분기 연속 적자에 빠지면서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 미국 상무부는 작년 12월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해 한국의 D램 수출로 미국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유럽집행위원회(EC)가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30∼35%의 수입관세 부과 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 불리한 판정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하이닉스에 대한 은행의 지원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기관의 상업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 보조금이 아니다”는 견해를 각종 채널을 통해 미국과 유럽쪽에 전달하고 있다.

▽D램 수출에 빨간 불=상계관세 예비판정이 내려지면 국내 업체들은 D램 수출시 일정 비율의 관세를 예치해야 하는 부담을 새로 안는다. 관세부담이 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보조금 지급 시비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하이닉스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판매 비중이 45%나 돼 상계관세를 물면 타격도 클 전망. 안성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상무부가 상계관세율을 30%로 정하면 하이닉스는 월평균 약 180억원의 예치금 부담이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닉스측은 “최종 판정까지 자문 변호인단을 총동원해 무혐의를 입증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1위 D램 업체인 삼성전자는 보조금 시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는 또 예비판정이 나더라도 최종판정까지는 4개월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판정 결과가 뒤집히거나 관세율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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