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영화감독이 되려면 ‘도제식 수업’을 받아야 했다. 이른바 유명 영화감독 연출부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물 심부름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혹독한 훈련을 거친 뒤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 이들에겐 교과서가 없었고 어깨 너머로 배운 지식이 전부였다.
그러나 1990년 중반 이후 여러 영화감독 육성기관을 나온 감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한국영화아카데미(www.kofic.or.kr/academy/academy.asp)로 이정향(‘집으로’) 이재용(‘정사’) 봉준호(‘플란다스의 개’) 장준환(‘지구를 지켜라’) 감독을 배출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2년간 4학기로 운영되며 학위는 없다. 입학 시험은 1차 필기, 2차 실기와 영화 관련 경력, 3차 면접으로 구성된다. 필기시험 과목은 영화이론과 영화상식, 짧은 시나리오 쓰기. 실기는 10컷짜리 영화 만들기다. 학력이나 연령의 제한은 없으며 경쟁률은 15 대 1 수준. 입학생 대부분은 대학졸업자로 2∼3년간 영화 관련 일을 한 뒤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www.knua.ac.kr)도 대표적인 영화감독 육성 기관이다. ‘일단 뛰어’의 조의석,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연 감독이 이곳 출신.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지 않고 별도의 실기 및 면접시험을 치른다. 4년제로 운영되며 예술사 학위가 주어진다. 또 각 대학 연극영화과(동국대 중앙대 한양대 단국대 상명대)도 영화감독 지망생들이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영화감독 지망생들은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를 국내외의 크고 작은 영화제에 수시로 출품하는 것이 좋다. 데뷔 기회를 얻으려면 기존 영화계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과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싸이더스’ 영상사업부 노종윤 이사는 “각종 교육기관에서 영화 수업을 받는 것은 실력을 쌓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영화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도 된다”고 말했다.
졸업 후에는 영화사 연출부에서 2∼3년간 일한 뒤 데뷔하게 된다. 이는 영화 제작의 ABC를 배우는 게 아니라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한 것. 최근 데뷔 감독들은 대부분 직접 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든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신인 감독이라도 제작자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한다. ‘조용한 가족’의 김지운이 이런 경우. 영화진흥위원회가 1년에 두 차례 시나리오를 공모하며 ‘미라신코리아’ 등 영화제작사나 영화 잡지들도 시나리오를 공모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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