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즉 20세기 초에 세계인구는 16억명에 달했다. 퇴비만 사용하여 농작물을 수확하던 당시로서는 16억 인구는 부양 가능한 마지막 한계였다. 그래서 공기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질소를 사용, 암모니아(비료)를 만드는 일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최대의 희망이었다. 1904년 프리츠 하버 교수는 오스뮴을 촉매로 사용하여 섭씨 500도의 온도와 200기압(평상시 대기압이 1기압)의 압력 속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러나 촉매 오스뮴은 너무 비쌌으며 200기압은 (대량생산 체제에는) 너무 높은 압력이었다.
그래서 하버 교수는 BASF회사에 의뢰해 좀 더 경제적이고 성능이 좋은 촉매를 찾아보라고 요청했다. BASF의 실험팀은 많은 ‘탐색시행(探索試行)’ 끝에 자철광을 촉매로 사용하면 500도, 100기압에서 암모니아가 합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철광은 오스뮴보다 값은 싸면서 필요 압력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성능은 2배로 높이면서 코스트는 절감된 것이다.
성능을 높이면서 코스트는 낮추는 일이 (과학실험실 아닌) 일상에서도 가능하다. 1947년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구매부장 L D 마일스는 냉장고 공장 도장(塗裝)공정의 요청에 의해 석면을 구매해야 했다. 당시에는 석면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었고, 인화성이 강한 물질(예 시너)을 사용하는 공장에서는 바닥에 석면을 깔았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물자부족으로 석면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한 납품업자가 “왜 구태여 석면을 쓰려고 하는가?”하고 물었다. 마일스 부장이 “불연성 바닥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자 납품업자는 “그렇다면 값이 더 싸면서 불연성은 더 좋은 물질이 있는데 그것을 써보라”고 했다. 마일스 부장은 납품업자가 추천한 물건을 써본 결과 값은 싸면서 성능은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여기서 가치분석(VA·value analysis)이라는 기법이 탄생했다. VA는 이렇게 구매기법으로 탄생했으나 그 위력이 알려지면서, 연구개발(R&D), 설계 등 여러 분야로 전파되어 가치공학(VE·value engineering)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6면체 수박을 개발한 농부는 가치증진에는 성공했으나 원가(코스트)상승의 벽을 넘지 못해 실패했고(본보 2월17일자 B4면 참조), 포드1세는 원가절감에 성공해 자동차 왕이 됐으나 뒷날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본보 2월24일자 B5면 참조). 기업의 성공은 가치창조 능력, 즉 창조성과 원가절감 능력, 즉 생산성 두 가지를 다 필요로 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중학교시절 원과 타원의 차이를 배웠다. 하나의 초점 주위를 도는 물체의 궤도를 원, 두개의 초점 주위를 도는 물체의 궤도가 타원이다.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 두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궤도 위의 존재와 같다(그림 참조).
서울대 경영대 교수 yoonsc@plaza.sun.ac.kr
▼필자의 인사 ▼
현대경영학의 취약부문인 창조성 분석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7개월 동안 졸고를 올렸습니다. 생산성 분석에 관해서는 많은 경영학 책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이상으로 ‘경영과 인생’ 칼럼을 마칩니다.
― 끝 ―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