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계에 따르면 반도체 조립업체로 2000년 8월 채권단 공동관리(옛 워크아웃)를 졸업한 한국시그네틱스가 경기침체 여파에다 차입금 상환 압박에 시달려 지난달 법원 화의절차에 들어갔다. 갑을도 27일 채권단의 공동관리 결정에 따라 법정관리에 맡겨졌다.
은행권은 경기침체와 여신관리 강화가 겹치면서 공동관리 기업 중 일부는 다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상기업으로 분류됐다가 갑자기 부도를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최근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부도발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올 들어 3월까지 부도처리된 기업은 모두 9건(3283억5800만원)이었고 이들 중 부도 직전에 정상기업으로 분류됐던 중견기업은 4개(D테크놀로지, S컴퓨터, Y전자, M사)였다. 정상 경영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여신강화로 졸지에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작년 같은 기간 부도난 기업은 모두 ‘요주의’ 기업이었다.
바로 직전인 작년 4·4분기(10∼12월)에 부도난 7개 중소업체 중 5개사도 부도 직전 정상기업으로 분류됐었다.
우량과 비우량 중소기업, 서비스업과 제조업간 자금사정의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주로 숙박업 부동산임대업 의료-보건업 회계서비스 등 돈 떼일 위험이 낮은 서비스업종에 돈을 풀고 제조업에 대해선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중소기업들 가운데 벤처와 사무용기기, 통신 컴퓨터 등의 업종에서 부도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부도 건수로는 시멘트 종이제품 등이 많았고 부도액수로는 가죽재료 신발업종이 많았다.
기업은행이 2월 중 중소제조업체 동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금사정이 곤란해졌다’고 응답한 업체 비율은 1월 20.8%에서 2월 24.8%로 높아진 반면 ‘원활해졌다’고 응답한 업체비율은 5.8%에서 4.3%로 낮아져 격차가 20.5%에 달했다. 작년 7월에는 ‘원활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7.1%, ‘곤란하다’는 업체는 16.5%였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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