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이라크인 아버지,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라크인 아주머니, 아버지를 전쟁터에 떠나보낸 미군 가족을 본 국내 소비자들이라면 한 번씩 자기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동안 빅 모델을 내세웠던 상당수 기업들이 최근 가족을 주제로 한 훈훈한 광고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친근한 기업이미지=4월부터 시작한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의 기업이미지 광고(덴츠영앤루비컴코리아 제작)는 가족을 소재로 3편이 동시에 제작, 방송되고 있다.
자신의 첫 아이를 신생아실에서 처음 만나는 아빠, 처음으로 엄마의 모습을 그려온 유치원생 아이를 반기는 엄마, 그리고 고3 수험생을 뒷바라지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위로하는 수험생 등 작품마다 가족애가 물씬 배어 있다.
덴츠영앤루비컴코리아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제품들이 대부분 생활가전이라서 가족 전체가 쓰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을 위해 제품을 만든다는 광고주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3월20일 ‘출발 편(제일기획 제작)’을 시작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기차여행을 광고에 담았다.
올해 안에 기업이미지 광고로 경제역 편, 나눔역 편, 인재(人材)역 편 등의 시리즈를 계속 내보낼 계획이다.
제일기획은 “시리즈 작품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주인공”이라며 “이번 광고로 ‘기업은 소비자의 가족’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실제 가족이 가장 효과적=한국암웨이의 첫 TV CF광고(휘닉스커뮤니케이션 제작)에선 모델 변정수씨와 그녀의 여섯살짜리 딸 채원양이 등장한다.
광고의 진솔함을 강조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실제 가족 모델을 기용한 것.
엄마가 뭐든지 직접 만들어주길 좋아하는 걸 아는 채원양이 양치질하는 변씨에게 “이것(칫솔)도 엄마가 만들었어?”라고 물어본다.
생활필수품을 회사가 직접 만든다는 내용의 광고문구는 ‘불법 다단계회사’라는 소비자들의 오해를 깨끗이 걷어낸다.
최근 삼성카드 광고(제일기획 제작)에 출연한 구자훈씨와 구본준씨도 실제 부자(父子)관계이다.
아버지 구자훈씨와 함께 난을 손질하는 본준씨. 아버지를 위해 병원비를 지불한 본준씨의 모습은 빅 모델 정우성을 내세웠던 지난해 광고와는 180도 다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가족 광고는 소비자들이 사회·경제적 위기감을 느끼는 시기에 많이 나타난다”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업의 분식회계 사건 등으로 생길 수 있는 소비자들의 반(反)기업 정서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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