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국내 77개 업종, 2800여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발표한 ‘2003년 국내 주요기업의 설비투자계획 조사’ 결과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작년(38조7000억원)보다 15.5% 늘어난 44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규모는 2000년 투자 실적(매년 초 그해 계획 조사시 전년 실적치를 확인)인 46조6000억원의 95% 수준에 머무는 것이어서 최근 몇 년간의 설비투자 부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은행 김철 산업통계팀장은 “올해의 높은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1, 2002년 연속 감소에 따른 상대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투자 확대가 특정 업종 및 일부 기업에 제한돼 있는 등 아직도 전반적으로 기업이 설비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산은의 조사는 모든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2800여개의 업종별 대기업 및 중소기업을 망라한 것이어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제조업의 설비투자 계획은 작년보다 15.6% 늘어난 24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로 앞으로의 경기 호전에 대비한 정보기술(IT) 및 자동차산업의 투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비제조업은 통신서비스 해운 유통 등 업계 전반에서 작년보다 투자 규모를 늘려 잡고 있다.
한편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 계획에 대해 제조업의 경우 내부조달률이 83.4%에 이르러 최근 뚜렷해진 ‘차입 자제’ 경향을 보여줬다. 이 같은 내부조달률은 산은 조사 사상 최고치다. 반면 비제조업은 내부조달률이 작년에 비해 낮아진 대신 금융기관 차입률이 높아졌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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