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장기대출 기피…외화 단기차입 급증

  • 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26분


외국계 은행들이 북한 핵문제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장기대출을 기피하면서 은행권의 외화 차입이 갈수록 단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외환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더 내더라도 장기차입을 선택하도록 하는 창구지도를 펴기로 했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 도래하는 은행권의 장·단기 외화 차입금은 당초 예상됐던 20여억달러보다 많은 35억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장기차입금은 급속히 감소하는 반면 1개월이나 2개월 미만의 단기 외화 차입이 늘면서 만기 도래액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외화 차입금 만기 도래액은 2·4분기(4∼6월) 중 당초 60억달러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단기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90억∼1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단기 외화 차입금의 가산금리도 1월 평균 0.22%(미 재무부 채권금리 기준)에서 2월 평균 0.23%, 3월 0.28%로 상승했다.

이재욱 한은 부총재보는 “외화 차입의 단기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은행권에 금리를 좀 올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장기차입을 늘리고 단기차입을 줄이도록 지도해 나갈 방침”이라며 “북핵 문제와 SK글로벌 사태가 불거진 이후 해외 금융기관들이 장기대출을 꺼리면서 차입조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문제 발생에 대비해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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