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노인취업박람회가 열린 2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사랑의전화복지재단’ 본관 지하2층 계단 앞. 정장 차림으로 이력서를 쓰던 권오갑씨(77·서울 금천구 시흥본동)는 다소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구직에 나선 노인들은 복도에 놓인 책상이 복잡하자 아예 벽에 이력서를 대놓고 꼼꼼히 신상과 경력 등을 적는 모습이었다. 박람회가 시작된 오전 10시. 준비된 좌석 150석은 이미 노인들로 꽉 찼다. 사무실에는 행사를 문의하는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왔다.
복지재단 조숙자 복지부장은 “8시반에 출근했을 때 이미 70∼80명이 와 있었다”며 “이렇게 열기가 뜨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후 2시 면접이 시작되자 박람회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력서를 손에 든 고령의 구직자들은 면접 순서를 기다리며 자원봉사자와 재단 직원들에게 “어떤 업체가 왔느냐”, “면접 때 뭘 물어보느냐”고 물었다. 또 접수원을 상대로 “몸이 건강한데 70세 이상은 정말 안 되느냐”, “여자는 안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월급 70만원에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일해야 하는데 가능한지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 김모씨(64)는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열심히 일해 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퇴직한 성모씨(60)는 “이렇게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채용 연락이 오면 무조건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박람회는 당초 참가 의사를 밝혔던 업체 19개 중 11개만이 참가하는 등 업체의 호응이 떨어져 구직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재가복지봉사센터 엄영수(嚴鍈水) 팀장은 “박람회에 참가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용역업체로 월급 100만원 미만의 경비원과 주차장 관리원 채용이 절대 다수”라며 “어렵게 섭외를 해보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체는 적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7년간 거주했다는 조규순씨(71·여)는 “통역이나 번역 일을 하고 싶었는데 이런 일은 없었다”며 “노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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